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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술

구운 고기는 왜 맛있을까?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by 지식노트 20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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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집 창업 - 마이야르 반응이란 무엇인가?

고기를 숯불에 굽게 되면 고기 표면에 스민 수분이 증발하면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는 화학반응이 일어납니다. 육색은 바삭바삭한 갈색으로 변하고 식욕을 자아내는 향미가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고기를 씹었을 때 터져 나오는 육즙은 사실 단백질 맛이 아닙니다. 단백질은 인간이 맛을 느낄 수 있는 분자보다 더 큽니다.
그러나 단백질에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 그 큰 분자들이 작아지고 다양한 분자로 변하면서 풍부해진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온도와 가장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섭씨 130℃~200℃ 사이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격렬하게 일어나고 수많은 냄새 분자가 만들어집니다.
고기를 구울 때 불판의 온도가 최소 130℃ 이상 되었을 때 구워야 더욱 강렬한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므로 서빙을 제공하는 고깃집에서 상응한 온도를 지키는 것입니다. 온도 측정계를 들고 다니는 고깃집 종업원들의 행동이 완전한 허튼짓은 아니라는 소리죠. 그래서 어떤 식당은 불판 온도가 150℃가 되었을 때, 또 어떤 식당은 기어이 170℃에 다다를 때 고기를 올려줍니다.
보통 고기를 강한 불에 굽는 이유는 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육즙이 새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마이야르 반응을 최적으로 활용하려면 불(가스 불)이 일단 강해야 합니다. 맛있게 구워진 삼겹살은 마이야르 반응으로 표면에 맛있는 냄새 성분을 머금게 하고 중심부에는 육즙이 담겨 부드러운 상태로 전환해줍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온도에서 고기를 굽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온도가 섭씨 200℃ 이상 올라가면 마이야르 반응 중에 새로운 분자가 나타나는데, 이때 발생하는 분자에는 발암물질이 섞여 있으며 맛 또한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높은 온도란, 이미 구워진 고기를 먹지 않고 불판이나 석쇠에 내버려 두는 것으로 다 익은 고기에 계속해서 열을 가하면 고기가 맛있어지는 온도를 초과하는데, 이때 고기가 받는 온도가 200℃라는 의미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환원당의 카복시기(-COOH, 이온화하기 쉽고 산성을 나타내는 작용기)와 아미노산, 펩티드, 단백질 등 아미노기(-NH₂, 한 개의 질소 원자와 두 개의 수소 원자로 이루어진 작용기)를 갖는 화합물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음식에 열을 가할 때 혹은 조리 및 저장 중에 발생하는 갈변현상은 음식의 냄새 생성에도 관여하는데, 이러한 반응에 작용하는 당과 아미노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한 가지 당과 아미노산 쌍에서 만들어지는 실제 생성물은 반응 온도나 산성도, 옆에 있는 다른 화학 물질 등에 의해 달라집니다. 쉽게 말해서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해도 온도와 환경에 따라 피어나는 냄새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이 꼭 고기에 한정된 것은 아닙니다. 곱창을 구울 때 지방이 타는 냄새나 빵집에서 빵을 만들 때 드러나는 냄새, 커피를 볶을 때 생성되는 감미로운 냄새 역시 화학 반응이 초래한 결과입니다.
아울러 마이야르 반응이 반드시 고온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넓게 보자면 발효의 영역이기는 하나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 때도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납니다. 다만 고온과 다른 점은 발효 음식은 실온에서 아주 천천히 진행되므로 가급적 오래 묵혀야 장맛이 깊어집니다. 
즉 강한 열과 오랜 시간의 관계라고 할 수 있죠. 또한, 묵은지를 삽시간에 만들려고 할 때 김치에 열을 가하는 방식이나 산분해 간장을 제조하는 과정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프랑스 생화학자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Louis Camile Maillard)가 발견했습니다. 그는 프랑스 북동부 로렌 주에 있는 낭시대(Nancy) 의대에 진학하여 과학과 의학을 전공한 총명한 학생이었습니다. 과학 분야 중 화학에서 두각을 나타낸 마이야르는 인체에서 발생하는 화학반응에 흥미를 느껴 파리대 의대로 거처를 옮긴 후 신진대사에 관련된 생화학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1912년 드디어 아미노산과 설탕을 섭씨 100℃가 넘는 고온에서 반응을 시키면, 갈색으로 색깔이 바뀌는 화학반응이 진행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3쪽짜리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논문이 빛도 보기도 전에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군의관으로 5년간 복무한 마이야르는 종전 이후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마이야르가 발표했던 150여 편의 논문 중의 하나였던 ‘마이야르 반응’이라는 논문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53년에 와서야 미국의 화학자 존 호지(John. E. Hodge)에 의해 재조명받게 됩니다. 존 호지는 마이야르 반응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혀낸 다음 마이야르 반응이야말로 음식을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한 화학반응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는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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