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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글을 퇴고하다, 퇴고(推敲)의 유래

by 지식노트 2021.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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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推敲)의 유래

鳥宿池邊樹 (조숙지변수) 새는 연못가 나무에서 잠들고 僧鼓月下門 (승고월하문) 스님은 달빛 어린 대문을 두드린다. 위의 시는 唐나라 시인 가도(賈島, 779~843)의 서경시(敍景詩)인데, 이 시의 "僧鼓月下門 (승고월하문)"은 원래 "僧推月下門(승퇴월하문)"이었습니다.

 

"두드릴 고(鼓)"가 아니라 "문을 밀칠 퇴(推)"였습니다. 즉 [달빛 아래 문을 두드리는 스님]이 아니라 [달빛 아래 문을 밀치고 있는 스님]이었습니다. 시인 가도는 처음에 [僧推月下門 승퇴월하문]이라 써놓고 아무리 읊어보아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문 밀칠 퇴(推)" 대신에 "문 두드릴 고(鼓)"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그래서 [僧鼓月下門 승고월하문]이라 읊어보니 괜찮기는 한데 웬지 아까 것인 [僧推月下門 승퇴월하문]이 더 좋은 듯 하였습니다.

시인 가도는 "퇴"로 할까? "고"로 할까? 망설이던 중 어느 날 노새를 타고 거리에 나갔습니다.  가도는 노새 위에 앉아서도 '"퇴"로 할까? "고"로 할까?' 에만 열중 하다가 부윤의 행차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그만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가도는 불경죄로 부윤 앞에 끌려갔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시를 짓다가 '"퇴"로 할까? "고"로 할까?' 하는 문제에 몰두하다가 그만 이런 불경죄를 저지르게 되었노라고 사죄하였습니다. 부윤이 가도의 사정 이야기를 다 듣더니 파안대소하고 잠시 생각한 후에 "이보시게, 그건 문 밀칠 퇴보다 문 두드릴 고가 더 나은 것 같소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이 부윤은 다름 아닌 당대의 문장가로 이름 높은 한유(韓愈, 768~824, 退之)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한유와 가도는 그 자리에서부터 문우가 되었고, 가도가 [승퇴월하문]을 [승고월하문]으로 고친 것은 물론이요, 이후로 후인들이 문장을 고치는 것을 "퇴고(推敲)"라고 일컫게 되었습니다. 

-<'당시기사(唐詩紀事)'>고사(故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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