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서북단 끝에 있는 섬 강화도, 강화도는 옛부터 밴댕이가 많이 잡혔습니다. 밴댕이는 그물에 잡히자마자 바로 죽는데요,몸의 크기에 비해 내장이 들어있는 속이 아주 작습니다. 옛날 어부들은 밴댕이가 속이 작기 때문에 제 성질머리를 이기지 못해 바로 죽는다고 생각했고, 그런 말이 퍼져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말이 쓰여지게 되었습니다.
밴댕이는 활어회가 없습니다, 성질이 급한 밴뎅이가 잡혀 배 위에 오르자마자 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루 정도 냉장고에 숙성시켜 회로 먹으면 가장 고소하고 부드러운데요, 회로 먹고 난 다음 순서로 밴댕이구이를 먹어야 합니다. 밴댕이 구이가 너무 고소하기 때문에 밴댕이구이를 먹고 난 후에는 어떤 음식도 맛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매년 5월 말은 밴댕이 제철입니다. 밴댕이는 4월말부터 잡히기 시작해 7월 산란기에 접어들기 전 5월말에 살이 바짝 오릅니다. 강화도는 유명한 밴댕이 거리가 몇 군데 있지만, 가장 많은 관광객과 미식가들이 찾는 곳은 강화도 풍물시장 2층에 위치한 밴댕이 가게입니다.
5월부터 주말에 풍물시장 2층에 들어서면 손님들로 북적북적 정신이 없습니다. 주문하는 소리, 먹는 소리, 술마시며 떠드는 소리, 호객한 소리가 뒤섞여 풍물시장 2층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2층 풍물시장은 대부분 가게들이 밴댕이 가게입니다. 일부 순대, 분식, 국밥 등 다른 음식을 파는 가게들도 있지만 80프로 이상이 밴댕이 정식(회, 무침, 구이)를 팝니다. 5월 말 강화풍물시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가게들은 저마다 손님들을 호객하며 음식을 내어가기 바쁩니다.
밴댕이 가게들은 여러 메뉴가 있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모듬(회, 무침, 구이)를 먹습니다. 가게마다 2인상에 30,000원인 곳이 대부분이고 일부 25,000원에서 35,000원을 받는 식당도 있습니다.
밴댕이 무침, 밴댕이 구이, 밴댕이 회가 3종세트로 나오는데 1인당 15,000원에 드실수 있는 어마어마한 가성비입니다. 심지어 이 가격에 이런 퀄리티는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제철을 맞은 밴댕이는 회, 무침, 구이 순서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산란기라 살과 기름이 통통하게 올라온 밴댕이 회는 쌈장을 찍어 쌈과 함께 먹으면 고소하고 녹진한 맛을 자랑합니다.
다음은 회 무침인데요, 가게마다 양념이 약간씩 다르지만 들기름을 많이 사용하고 초장을 적게 사용해 일반 회무침보다 훨씬 고소하고 풍미가 깊습니다. 회 무침을 입에 한번 털어넣으면 저절로 감탄이 나오지요.
마지막 순서가 밴댕이 구이입니다, 밴댕이 구이가 너무 고소하고 기름져 먼저 먹으면 다른 맛을 느낄 수 없다하여 밴댕이 구이는 마지막에 먹어야 합니다. 아저씨들 중에는 밴댕이 잔뼈를 무시하고 뼈째 씹어먹는 분들도 계시지만, 조기 먹듯이 양손으로 밴댕이를 들고 가생이부터 뜯어먹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옛부터 제철 음식을 이길 수 없는 맛은 없다고 하죠. 5월말부터 시작되는 밴댕이 제철은 그것만 먹으러 강화도를 한번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이번 주말부터 연휴가 참 많습니다, 꼭 한번 시간내어 강화도에 밴댕이 먹으러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