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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노포

[먹자골목 시리즈] 33.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

by 지식노트 2023.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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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 오는 날이면, 유독 생각나는 음식이 있습니다. 빗소리와 오버랩 되는 보글보글 소리. 빗방울과 함께 공기를 타고 흐르는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냄새를 거부하기는 어렵습니다.

부대찌개는 알려진 것처럼 한국전쟁 이후 의정부에 대규모로 자리 잡고 있던 미군 부대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소시지와 햄 등에 고추장을 풀고 김치를 넣어 끓인 음식입니다. 서양식 재료의 느끼한 맛과 김치의 개운한 맛이 만나서 독특한 한국식 부대(army) 찌개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옛 의정부 미군기지

의정부제일시장 근처에 위치한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에 가면 먼저 아치형 간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차량 두 대가 간신히 오갈 정도로 좁은 이 길 150여m 양쪽에 부대찌개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20여 곳이 부대찌개 골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의정부 부대찌개골목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의 시초는 故 허기숙 할머니가 운영하던 오뎅식당입니다. 현재도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는 오뎅식당은 1960년대 초반 의정부에서 오뎅을 팔던 포장마차 '오뎅식당'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오뎅식당에는 근처에 위치한 미군 부대 장병들이 자주 찾아왔는데, 미군들은
부대에서 몰래 햄과 소시지 등을 챙겨와 먹을 수 있게 요리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햄과 소시지를 기름에 볶아주었으나, 점차 물, 김치, 대파, 두부 등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서 푹 끓인 스튜 형태로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의정부 부대찌개골목 오뎅식당

1968년 오뎅식당은 정식으로 부대찌개 가게를 차렸습니다. 부대찌개 가게를 개점하면서도 예전에 힘들게 장사를 이어가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오뎅식당'이라고 가게 이름을 명명하였습니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햄과 소세지만 있으면 거기에 김치, 버섯, 대파 등 채소와 물을 넣어 푸짐하게 끓인 부대찌개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의정부 부대찌개

오뎅식당 부대찌개가 큰 인기를 얻자, 하나둘 새로운 부대찌개 가게들이 골목에 자리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새롭게 생긴 식당들은 현재 대부분 30~50년 이상의 업력을 자랑하며 각각의 식당마다 조금씩 다른 맛과 서비스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오뎅식당 부대찌개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는 이제 의정부의 대표 음식 브랜드로 자리 잡는 등 지역경제를 살리는 관광상품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것은 물론 매년 '의정부부대찌개 축제'도 개최하여 관광객 유치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의정부부대찌개 축제

있는 거 없는 거 섞어 아무렇게나 먹다가 발견된 음식, 전쟁의 상처와 잡탕의 생활사가 만들어 낸 요리, 이제는 전국으로 퍼져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은 부대찌개에 소주 한잔 털어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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