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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국회

습하고 추운 반지하 집, 북한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by 지식노트 2023.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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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읽는 여러분은 반지하에 살아본 적 있으신가요? 반지하는 습하고 추우며, 곰팡이가 잘 피고 벌레가 많은 '못 사는
사람들의 거주지'입니다. 저도 대학교 시절 반지하 월세방에서 지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보통 반지하가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거주시설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럽엔 '수트레인(souterrain)'이라고 부르는 반지하가 있는데 습하고 추워서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극빈층들의 거주지입니다.

Souterrain(유럽 반지하)

미국 뉴욕 등 대도시에도 이민자들이 사는 작은 창문이 달린 반지하 방이 실재합니다. 중국 주요 대도시의 지하 방, 일본의 오래된 아파트에도 반지하가 엄연히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반지하 주거지는 언제 생겨났을까요? 사실 방공호는 1970년대 남북체제 경쟁 속에서 생겨난 산물입니다. 1968년 청와대 습격을 노린 김신조 사건으로 인해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자 정부는 주택을 신축할 때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건축법을 개정했습니다.

전쟁 대비 방공호

전시에 시가전을 벌일 경우 지하실을 대피소로 활용할 계획이었던 것인데, 방공 목적에 따라 구축된 군사시설물이 지금도 도처에 남아 있습니다. 을지로입구~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이 지하보도나 회현동, 영등포 지하보도가 전시 대피 용도이며, 잠수교와 홍은동 유진상가, 여의도광장의 방공호도 이때 만든 군사시설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반공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전국 지하·반지하는 32만7320가구 입니다. 이중 20만849가구(61.4%)가 서울시에 집중돼 있고 나머지 비중은 경기도(8만8000가구), 인천(2만4000가구)이 그 뒤를 잇습니다. 대부분이 준공 후 25년이 경과한
노후주택입니다.

1970년대 일자리를 찾아 매년 40만 명이 서울로 전입했으나, 주택 건설은 한 해 3만~5만호에 그쳤습니다. 주택난이
가중되자 달동네가 생겨났고 구로구, 관악구, 중랑구 등 도처에 판자촌이 생겨났습니다.

전형적인 반지하 시설

그러자 처음에는 반지하를 창고로만 사용했던 지하실에 집주인들이 세를 받기 시작합니다. 서울시와 정부도 주택난이 극심했던 터라 불법이었지만 이를 묵인했습니다, 이른바 반지하 월세의 시작입니다.

1984년 정부가 주택법을 개정했는데 기존에는 지하층 3분의 2 이상 지하에 속해 있어야 지하층으로 인정되었지만 법 개정을 통해 절반만 들어가도 지하로 인정해줍니다. 이렇게 반은 지상 반은 지하인 거주 공간, 반지하가 공식적으로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건축법상 반지하는 지하로 분류되기 때문에 용적률과 건폐율에서 빠지는 점을 악용해 주택업자들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세입자를 받으려고 경쟁적으로 반지하를 지어댔습니다.

사적 목적의 지하실 설치 의무는 1989년 삭제되었습니다. 하지만 주택 공급이 워낙 달렸던 탓에 1년 만인 1990년 건축기준을 완화, 다시 지하에 주거공간을 만들 수 있게 허용되었습니다. 1992년에는 반지하가 침수 피해에 취약한 점을
고려해 강제 배수 시설 설치도 의무화되는 등의 조치가 있긴 했습니다.

영화 기생충 속 반지하

서울 반지하 거주자 30%가 소득 100만원 미만이 대부분인 기초수급자들이라고 합니다. 서울의 반지하는 분단과
압축성장이 만들어 낸 잔인한 자화상입니다. 여름이면 또 장마가 몰려옵니다, 언제까지 반지하 거주자들이 죽어나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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