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를 타고 출장을 다니다 보면 차창 너머로 보이는 논밭에 하얀색 대형 마시멜로 같은 물체가 수십 개씩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항상 그 마시멜로(?)를 보며 '저게 도대체 뭐지?'라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저 물체의 정체가 이름도 생소한 곤포 사일리지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곤포(梱包·Baling)란 곡물이나 볏단을 운반하거나 저장하기 편하게 둥글거나 네모난 모양으로 압축한 것을 뜻하고, 사일리지(Silage)는 곡물이나 볏단을 공기가 없는 밀폐된 곳에 넣은 뒤 발효시켜 만든 가축용 숙성사료를 일컫는 말입니다.
곤포 사일리지는 볏짚을 압축하여 하얀색 비닐로 감싼 것입니다. 벼를 수확하고 나면 볏짚이 남는데 이를 트랙터를 활용해 논 한쪽으로 모아둡니다. 다음으로 특수기계가 투입됩니다, 볏짚을 모두 빨아들인 다음 동그랗게 일정한 크기로 뭉쳐서 이를 뱉어내는 곤포 사일리지 전용 트랙터가 작동합니다.
동그랗게 만들어진 볏짚이 기계로부터 토해지면 또 다른 기계가 투입됩니다. 그 기계는 동그란 볏짚을 들어 올린 다음 하얀색 전용 봉에 미리 거치해 놓은 하얀색 비닐을 돌리며 볏짚을 비닐로 포장합니다. 봉이 수십 번 돌아가서 볏짚이 하얀색 비닐로 완전히 뒤덮이게 되면 그제서야 기계는 곤포 사일리지를 내려놓습니다.
그렇다면 왜 볏짚을 저런 곤포 사일리지로 만드는 것일까요? 볏짚은 우리나라 축사에서 소의 가장 주요한 사료로 쓰입니다. 볏짚을 곤포 형태로 밀봉하게 되면 운송에 용이하고, 소가 여물을 먹기 좋도록 발효하는 과정에서의 저장에도 편리합니다. 기존의 건초보다 계절의 영향을 적게 받고 저장 손실이 적어서 경제적이라는 장점도 있습니다.
곤포 사일리지 한 포의 가격은 대체로 10만원 이하이며, 이는 대부분의 분량을 수입으로 충당해야 하는 합성 사료 가격의 20% 수준으로 농가 비용 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크기는 대략 1개당 500kg 정도로 매우 무거우며, 시골에서는 종종 곤포 사일리지로 인한 사고도 발생한다고 하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tIh8SbhUMU (곤포 사일리지 제작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