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팔년도 유머야?’, ‘쌍팔년도 식이야?’ 등등 표준어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종종 사용하는 표현으로 '쌍팔년도’가 있습니다. 실제로 쌍팔년도는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요? 흔히들 쌍팔년도를 1988년을 착각하지만 사실 쌍팔년도는 그 전부터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표현입니다.
1. 1988년 설
<쌍팔>은 “팔(八)이 겹치는[雙] 해[年]”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즉, '쌍팔' 숫자 8이 두번 들어간 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해가 1988년도입니다. 1988년은 건국 이래 최대의 행사인 1988 서울 올림픽이 열리기도 했습기에 사람들이 기억에 많이 있는 해입니다. 하지만 1988년은 쌍팔년도가 아닙니다.
2. 1964년 설
쌍팔년도를 1988년 보다 훨씬 이전으로 알고 있던 분들은 1964년도를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쌍으로 팔이 들어간 '8×8=64' 이기 때문입니다. 이팔청춘은 16살(2×8=16) 인것 처럼 88은 64년으로 계산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1964년도 쌍팔년도가 아닙니다.
3. 쌍팔년도는 사실 1955년을 뜻한다.
쌍팔년도는 사실 1955년을 뜻합니다. 서기 1955년은 단기 4288년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서양에서 그리스도의 탄생 이후를 기원하는 서기(西紀)를 사용하지만 1962년 이전에는 단군기원을 뜻하는 단기(檀紀)를 사용했습니다. 1962년 1월 1일부터 연호가 단기에서 서기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쌍팔년도(단기 4288년, 서기1955년)이 유독 특별할까요?
1955년(단기 4288년)은 한국전쟁이 1953년에 종료된 직후라 시국이 매우 어수선했습니다. 한반도가 최초로 남과 북으로 분단이 되었고, 3년간의 참혹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습니다. 전 국토가 완전히 파괴되어 수백 수천만명의 피난민이 발생했고,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고향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습니다. 국정과 행정 제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아 배고픈 국민들은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마련할 방법도 없었고, 전쟁 고아들은 부랑자가 되어 전국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대한민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던 시절, 우리의 조부모, 부모들은 굶어죽지 않기위해 버티고 또 버텨야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세월은 흐릅니다. 조금은 먹고 살만해진 1970년대 중반부터 예전 죽을만큼 힘들었던 한국전쟁 직후를 회상하며 '쌍팔년도'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4. 이제는 조금 달라진 쌍팔년도의 의미
쌍팔년도라는 표현의 의미도 시대가 흐르며 변해갑니다. 이제 더 이상 본래의 쌍팔년도(1955년)을 기억하는 세대는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쌍팔년도를 기억하는 가장 어린 세대라고 할 수 있는 1950년생이 올해(2022년)을 기준으로 73세입니다.
쌍팔년도라는 표현은 이제 '낡은 구시대'를 표현하는 하나의 단어가 되었습니다. 21세기 이후에는 과거 먼 옛날에 일어날법한 사건이 발생하면 '쌍팔년도식 군대도 아니고..' , '쌍팔년도에나 하던 짓을' 이라는 표현이 사용됩니다. 어린 세대들은 쌍팔년도를 1988년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쌍팔'이라는 단어가 주는 직관적인 88년의 이미지와, 1988 서울올림픽, 응답하라 1988 드라마 등이 주는 각인이 강한 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