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차는 대부분의 고급시계는 스위스산입니다, 스위스는 왜 시계를 잘 만들까요?
손목시계는 보통 스위스산과 비스위산으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스위스 제품들이 전세계적으로 초강세입니다. 브레게, 티쏘, 스와치, 피아제,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롤렉스, 오메가, 태그호이어 등등. 우리가 아는 정말 많은 시계 브랜드들은 대부분 스위스산 시계이죠.
그럼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죠 ' 왜 스위스산 시계가 유명할까?' 스위스의 시계 산업이 발달한 것은 정말 놀랍게도 우리가 아는 종교개혁가 '장 칼뱅(1509∼1564)'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1517년 마르틴 루터가 면죄부를 비판하며 유럽 내에 종교 개혁이 시작됩니다. 돈으로 면죄부를 팔고 매관매직 등을 일삼던 전통 가톨릭들에게 각성을 요구하죠. 마르틴 루터와 함께 종교 개혁을 주도적으로이끌던 장 칼뱅은 1536년 ‘기독교 강의’라는 저서를 출판하며 가톨릭을 비판하죠.
교회의 권위에 도전한 칼뱅은 프랑스에서 스위스 제네바로 피신하고, 그곳에서 종교개혁 운동을 이어갑니다. 종교 개혁 당시 일명 '위그노' 라고 불리는 개신교들도 종교 박해가 없는 스위스로 많이 이주하게 됩니다.
문헌에 의하면 당시 프랑스에서 해외로 이주한 위그노는 네덜란드 6만5000명, 독일 3만명, 스위스 2만5000명 정도였다고 하며 많은 위그노들이 하이-테크노크라트, 행정가 등 고급인력이였습니다.
* 막스베버는 훗날 종교개혁기 프랑스 경제의 쇠퇴 원인이 위그노의 대량 엑소더스와 연관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칼뱅으로 돌아가봅시다 칼뱅은 1541년 스위스 제네바 시장으로 당선됩니다. 제네바 시장이 된 칼뱅은 청렴, 검소를 강조하는. 프로테스탄티즘을 시정에 자연스레 녹여내죠. 칼뱅은 보석, 장신구 등 장구류를 일체 착용하지 못하는 정책을 폅니다. 그에 반해 금지 치장 품목에 포함되지 않는손목시계 산업은 대호황을 이루게 됩니다. 당시 시계는 서민 아무나 낄 수 있는 제품은 아니였지만, 보석으로 분류될만큼 고가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 주요했죠.
제네바의 보석업자, 보석 세공업자들은 모두 시계업으로 업종을 전환하게 되고, 이에 더불어 종교 박해를 피해스위스로 망명한 프랑스 출신 위그노(고급 인력)들도본인들의 능력으로 시계업에 종사하게 됩니다.
그 후 스위스의 시계산업은 끊임없이 발전합니다 1601년 세계 최초의 ‘제네바 시계 제조업자 길드’가 결성되고 시계업은 제네바와 스위스의 대표 산업이 됩니다 1780년대 제네바 수공업조합(길드)에 등록된 장인들만 5만명에 달했으며, 18세기 말 제네바는 이미 6만 개의 시계를 수출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현재 스위스는 생산된 시계의 95% 이상을 수출합니다 제약(화학), 기계와 더불어 스위스의 3대 산업 중 하나입니다. 물량으로 보면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 국가들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수출액으로 놓고 본다면 그들을 압도하는 수치를 자랑합니다.
스위스 시계의 고급화는 1970~80년대 일본 시계산업이 부흥하며 그 위기감으로 인해 시작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를 딛고, 한국전쟁에 힘입어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던 일본은 1970~80년대 찬란한 경제 대호황기를 맞이합니다.
금융, 제조업뿐 아니라 모든 경제 부문에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했으며 1980년대에는 전세계 기업 시가총액의 상위권 대부분을 일본 기업들이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1970년대 일본은 쿼츠(전자식) 세계에 선보입니다 스위스 및 유럽의 메케니컬(기계식) 시계 산업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죠. 보다 정확하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세계 시장에 시계를 보급하기 시작한 일본 브랜드들(세이코 등)은 순식간에 시장 점유율에서 스위스산 시계를 앞지르기 시작합니다.
일본산 쿼츠파동 후 약 10년간 스위스 시계 산업은 몰락의 길을 걷는듯 했습니다. 그러나 스위스 시계 산업은 두 가지 묘수를 통해 다시 세계 정상에 서게됩니다.
1) 패션을 더하다
시계를 단순히 시간을 보는 기계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마치 패션 브랜드와 유사하게 시즌에 맞춰 각종 컬렉션을 선보이고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대거 영입하여 브랜드 이미지 및 제품 디자인을 강화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였죠
2) 럭셔리를 더하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은 궁지에 몰렸을 때 오히려 럭셔리함을 더하는 과감한 전략을 취했습니다. 스위스 시계 장인들이 손으로 한땀 한땀 만들어가는 전과정 수제 럭셔리 시계를 세상에 내놓고 이는 일본산 공장 쿼츠 제품들과는 차별점을 만들어 냈습니다
결국 스위스 시계는 1990년대 다시 세계 시장을 재탈환하고 현재까지도 고급 시계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