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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경향신문 名칼럼) 밥을 먹다가 주변 사람을 긴장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음식을 한가득 입에 물고서 소리 내어 말해보라. “나는 누구인가.” 아마 함께 밥 먹던 사람들이 수저질을 멈추고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당신을 쳐다볼 것이다. 정체성을 따지는 질문은 대개 위기 상황에서나 제기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평상시 그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내가 누구인지, 한국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한국이 어떤 정책을 집행하는지, 즉 정체성보다는 근황과 행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 규정을 위협할 만한 특이한 사태가 발생하면,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내 친구가 그 좋은 예다. 그의 부인은 일상의 사물을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인데, 얼마 전 전시회.. 2022. 11. 24.
글을 퇴고하다, 퇴고(推敲)의 유래 퇴고(推敲)의 유래 鳥宿池邊樹 (조숙지변수) 새는 연못가 나무에서 잠들고 僧鼓月下門 (승고월하문) 스님은 달빛 어린 대문을 두드린다. 위의 시는 唐나라 시인 가도(賈島, 779~843)의 서경시(敍景詩)인데, 이 시의 "僧鼓月下門 (승고월하문)"은 원래 "僧推月下門(승퇴월하문)"이었습니다. "두드릴 고(鼓)"가 아니라 "문을 밀칠 퇴(推)"였습니다. 즉 [달빛 아래 문을 두드리는 스님]이 아니라 [달빛 아래 문을 밀치고 있는 스님]이었습니다. 시인 가도는 처음에 [僧推月下門 승퇴월하문]이라 써놓고 아무리 읊어보아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문 밀칠 퇴(推)" 대신에 "문 두드릴 고(鼓)"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그래서 [僧鼓月下門 승고월하문]이라 읊어보니 괜찮기는 한데 웬지 아까 것인 [僧推月下門 승퇴월하문].. 2021.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