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1 살아 있는 정신에게 — 자유인의 표상에 부쳐, 김윤식. 살아 있는 정신에게 — 자유인의 표상에 부쳐, 김윤식(서울대 인문학 교수) 대학신문, 1994년 3월 1일 (월요일) 군의 입학이 유독 축복받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조금 생각해 보기로 하자. 군의 입학이란 한갓 우연성의 일종이라 볼 수 없겠는가. 군보다 머리 좋지 않은 자, 이 세상에 혹시라도 있었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당초부터 단추 구멍 뚫는 데로 간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우연히도 군은 밥술이나 먹는 집에서 태어났고, 그 때문에 혹은 고액의 과외도 또는 재수도 할 수 있었고, 혹은 튼튼한 근육과 맑은 귀를 유지할 수 있지 않았던가. 밥 잘 먹었느냐, 잘 잤느냐, 내복 입었느냐, 공부했느냐고 묻는 보살핌 속에 군이 놓여 있지 않았을까. 심지어 기르는 강아지조차도 군의 안색을 살피는 그런 곳에서 .. 2023. 3.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