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적 게임 셧다운제가 무려 10년만에 폐지됩니다
10여년 오욕의 역사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 '게임 셧다운제'가 뭘까요?
청소년의 수면권, 학습권 등을 보호할 목적으로 2011년 16세 미만이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심야시간대에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한 제도입니다
(2) 게임 셧다운제의 시작
게임 셧다운제는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게임 하느라 밤새서 공부 안한다'를 막으려고 시작됩니다 2010년 당시 언론과 정치권은 장기간 게임중독으로 사망한 사례 자극적 게임으로 인해 발생한 범죄 등 사례를 중심으로 프레임을 구성했고.
이에 힘입어 2011년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발의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합니다 여기에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제발 게임 좀 그만해라" 여론이 더해지자 사실상 반대를 외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제도가 시행되게 됩니다,
네오위즈를 비롯한 13개 게임사는 직업 수행자유가 침해된다는 이유로 2011년 11월 헌법소원을 제기하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 헌재는 '게임 셧다운제' 헌법소원을 기각하며 게임업게를 절망에 빠트립니다.
(헌재)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률이 높아 중독성이 강해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3) '게임 셧다운제'가 비판 받아온 실효성 논란
우리 모두 어릴적 부모님 주민번호로 사이트를 가입하거나 게임 아이디를 만드는 등 행동을 해보셨을 겁니다 셧다운제가 의미없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온 큰 이유 중 하나는 성인 계정 도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입니다 사실 주위에 PC방만 가더라도, 15세/19세 연령제한 게임을 초등학생들이 하는 모습은 흔한 정도가 아니라 당연한 광경입니다.
또 하나의 실효성 논란은 게임시장의 다변화입니다 게임시장이 PC 온라인에서 콘솔, 모바일 등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제도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학생들이 부모님 몰래 방에서 게임을 합니다 셧다운제의 취지 자체도 무색해져버렸습니다.
그러다 2021년 7월 '마인크래프트 성인화 사건'이 일어납니다 마인크래프트는 전세계 1억2600만명이 이용하는 게임이며
오픈월드를 적용한 샌드박스형 게임으로 온라인 공간에 레고블럭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게임입니다 초등학생 등 미성년 이용자가 대다수로 일명 '초통령 게임'이기도 합니다.
2020년 5월 청와대 행사에서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가상공간을 만들고 여기에 어린이 이용자들을 초청해서 창의적인 기획이라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마인크래프트에 접속하려면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을 이용해야 하는데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이 2021 7월부터 '청소년 셧다운제 적용 계정'이 되며 성인인증을 거쳐야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에 가입할 수 없는 국내 미성년 이용자는 마인크래프트를 할 수 없게 된 것이죠.
게임 유저들과 시민단체는 단체로 성명을 내고 여가부와 관련부처 등에게 '실효성 없는 셧다운제'에 대해 극렬하게 항의합니다. 이에 동참하여 정치권 및 정부에서도 '청소년 셧다운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재개됩니다.
(4) '게임 셧다운제' 폐지
2020년부터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등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게임 셧다운제 폐지가 정치권에서 논의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전부터 게임업계, IT업계 관계자들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왔으며
20대~40대의 게임 유저들은 '게임 셧다운제'에 대해 헛웃음을 칠 정도로 공공연한 놀림감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마인크래프트 사건 등을 계기로 언론과 정치권에서 폐지 움직임이 불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앞다투어 셧다운제 폐지를 외치기 시작했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후보 등도 이에 동참하여 광화문 LOL파크, 조선대학교 E-스포츠 경기장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하여 '셧다운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관련 법안들을 '청소년 보호법'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와 게임 관련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종합 검토하여.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2021년 11월 11일 본회의를 통과합니다. 내년 1월부터는 심야시간에 청소년이 게임을 하려는 경우 청소년 본인이 요청하거나, 부모가 요청하는 경우에 한하여 접속을 막는 '선택적 셧다운제'로 운영됩니다 * 매출 300억원 이상 게임업체는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5) 시사점
게임업계와 관련 업종 종사자들은 게임 셧다운제가 운영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게임은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대표적인 졸속행정이라고 비판합니다. 실제로 세계 주요 국가들 중 미성년의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국가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혹자는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틱톡 등 청소년들이 밤늦게까지 사용하는 어플 등도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냐고 비꼽니다.
10여년전 대한민국 학부모의 교육열, 정치권과 정부의 철바랜 생각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강제 셧다운제'라는 유령이었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의 책임이 가장 무겁습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항상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균형감각과 책임감을 모두 갖춘 정치인은 언제쯤 등장할까요? 아니면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한 걸까요? 셧다운제 같은 졸속행정이 두번 다시 발을 못 딛게 우리 모두가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