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협의 원조 김용이 쓴 의천도룡기로부터 시작해, 많은 무협지 속에는 마교와 명교가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악의 본거지이기도 하며, 정파대전과 사파대전을 일으키는 중원 침략의 원흉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협지에서의 각색된 모습과 다르게 마교는 실제로 평화적 교리를 가진 종교였습니다.
명교(마교)는 마니교라는 종교의 중국식 표현입니다. 명교라는 이름도 중국식 호칭이고 원래 이름은 마니(Mani)교 입니다. 종교의 창시자가 페르시아인 마니이기 때문입니다. 마니는 216년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 인근 크테시폰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 파타그는 일대에 유행하던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 교리를 합친 신비주의 종교 영지주의를 신봉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가장 높고 초월적인 신이 자기 아래 하위 신들 데미고르곤을 만들어서 세상을 창조하였으며,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지혜를 쌓아가며 신성한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교리를 가진 종교였습니다.
마니도 영지주의를 비롯한 여러 종교의 영향을 받으며 조로아스터교, 기독교 등에서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마니는 12세가 되던 해 영적인 존재에게 계시를 받고, 24세에 다시 게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마니는 조로아스터, 석가모니, 예수에 이어 메시아로 선택받았고 자신의 생각과 교리를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페르시아 동부로 전도를 떠난 마니는 마니교를 창제하고, 242년 페르시아 남부와 서부 지역으로도 전도를 시작했습니다. 마니의 전도는 당시 페르시아인들에게 굉장한 영향력이 있었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의 황족 페로즈가 마니교로 개종했고, 그가 마니를 자신의 형인 페르시아 황제 샤푸르 1세에게 소개한 결과 마니는 궁정 제사장으로 임명됩니다. 마니교는 빠른 속도로 페르시아 전역에 확장되었고 로마, 아시아까지도 퍼지게 됩니다.
마니교는 금욕주의적 성격을 지녔습니다. 술과 고기를 금지하고, 곡식과 채소 과일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세상은 근본적으로 사악한 곳이고, 선한 빛이 있는 완벽한 세계는 사후에만 갈 수 있는 곳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악한 욕망 속에서 유혹을 받아 타락하지 않으면 죽어서 행복한 세계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선한 일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천국으로 갈 수도 있지만, 악한 짓을 많이 한 사람은 고통스러운 현세에 사람이나 동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선한 빛과 악한 어둠의 전쟁터에서 인간은 되도록 선한 빛을 쌓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마니교의 핵심 이론입니다.
마니교의 엄청난 교세 확산은 기존 종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조로아스터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는 마니교 성직자들과 신도들을 탄압하고 박해했습니다. 유럽과 중동에서 극심한 탄압을 받던 마니교는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됩니다. 바로 머나먼 동아시아입니다.
7세기 말 마니교는 중국 당나라에 진출하게 됩니다. 파미르 고원 서남쪽,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인근의 토화라 지역에 마니교 선교사들이 교리를 전파하기 시작합니다. 중국에서 마니교는 명교(明敎)라고 불렸습니다. 마니교가 빛과 진실을 추종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불교의 이미지를 많이 차용하여 부처와 보살, 구원과 심판을 섞은 마니교만의 교리가 중국에 퍼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기존 종교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중국 종교계의 절대존엄 불교는 마니교를 사악한 교리를 퍼트리는 종자들이라 폄하하며, 마교(魔敎)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온갖 소문이 덧대어져 인신공양, 사이비 종교, 악마 숭배, 서양인들과의 교류 등이 모두 뒤섞여 포교에 제동이 걸립니다. 탐관오리들에게 시달리던 중국 백성들은 명교에 깊이 빠져들지만 결국 국가의 총체적 탄압을 이겨내지 못한 마니교는 중국에서 뒤쫓기듯 쫓겨나고, 중동 부근에서 명맥을 이어오다 중세 무렵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그러나 마니교는 중국 역사에 크나큰 영향을 남기고 갔습니다. 명나라를 건국한 초대 황제 주원장이 농민 반란군 시절 백련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권력은 나눌 수 없기에 주원장에 의해 모두 박해받고 숙청되지만 백련교는 사실 마니교의 큰 종파 중 하나입니다. 또한 당나라가 멸망한 큰 사건, 황소의 난을 일으킨 배경에 마니교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존재합니다. 핍박을 피해 도망친 마니교도들이 위구르 일대에서 소금 밀매를 하며 상당한 세력을 구축하였는데 이들이 중심이 되어 황소의 난을 일으켰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에는 동아시아권 중심으로 많은 독자들이 열광하는 무협지의 고정 악역을 항상 맡아주고 있습니다. 김용의 의천도룡기에서 명교로 등장한 것을 계기로, 마교, 천마신교, 명교, 일월신교(일월신교는 명(明)을 해와 달로 파자한 것) 등이 모두 마니교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가상의 종교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역사적 배경을 알고 참고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협지에서 등장하는 마교의 인신공양, 악귀 숭배, 인육 섭취 등은 당나라 당시 기존의 종교들이 서역에서 들어온 마니교에 대해 씌우고자 했던 프레임을 그대로 소설 속으로 옮긴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