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알을 낳고 젖소는 우유를 짜이고 카나리아는 노래를 불러야 하지만 개는 놀면서도 사랑을 독차지한다." 처세술 전문가 데일 카네기는 저서 '인간관계론'에서 개의 신묘한 능력을 소개합니다.
카네기가 강조한 비결은 단순합니다, 개들은 사람을 보면 좋아서 펄쩍펄쩍 뛰고 꼬리를 흔들며 진심이 우러나는 눈빛을 전달하기 때문이죠. 활한 인간관계를 위한 카네기의 조언에 영감을 불어넣은 견공들의 덕목이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개는 생물학적으로 회색늑대의 아종으로 분류됩니다. 개와 늑대는 서로 교배가 가능하고 그 자손도 생식 능력이유지되어 자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개와 늑대는 같은 종이죠.
그러나 개는 사람을 보면 꼬리 치고 달려들고, 핥으며 뛰어오르고 만져달라고 난리가 납니다. 리트리버 같은 종은 주인이 아니어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리기도 하지요. 개는 어떻게 이렇게 인간에게 친밀할까 그리고 개와 늑대의 엄청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오랜 시간 길들여지고 그 중 더 순한 개체를 가축으로 삼는 오랜 기간의 선별이 그 이유 중 하나겠지만 최근 유전적인 이유를 찾아낸 연구가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최근 프린스턴대의 브리지트 폰홀트 교수는 늑대의 사촌격인 개가 야생의 늑대와는 달리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친밀성을 보이는 것은 한 유전자의 변이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진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윌리엄스 보이렌 증후군'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형이 개-늑대 사이의 유전자 변형과 유사하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럼 월리엄스 보이렌 증후군은 무엇일까요? 윌리엄스-보이렌증후군은 1961년 뉴질랜드의 JCP 윌리엄박사가 처음으로 보고했는데, 우리가 아는 요정의 모티브(motive)이기도 한 이 유전병을 가진 사람은 타인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고 낯선 사람들에게도 전혀 낯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사회성이 좋으나 약간 지능이 떨어지고 건강에 장애가 있는 증상입니다.
윌리엄스 증후군의 원인은 인간염색체 7번 염색체의 미세 결함이고 이 부위에는 인제의 탄성 조직 생성과 관련있는 엘라스틴 유전자와, 인지 능력과 관련 있는LIMK1 유전자를 비롯하여 여러 유전자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윌리엄스 증후군 환자는 서로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비슷한 성격을 가지게 됩니다.
사람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병으로도 불리는 이 질환을 가지게 되면 사람을 아주 잘 믿고 따르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거리낌없이 인사하고 교감을 나누게 됩니다.
프린스턴대 폰홀트 연구진은 윌리엄스-보이렌증후군의 특징적인 행동패턴과 개의 친밀성 사이에는 유전적 구조의 유사성이 있다는 것을 통해 개의 인간에 대한 친화력을 설명합니다.
늑대와 개의 차이를 찾는 연구에서 '왜 개는 인간친화적일까?'에 대해 연구하다가, 늑대와 개 유전자 구조 중 '개염색체 6번'의 구조가 다르고, '개염색체6번'의 결함은 인간들이 월리엄스 증후군을 발생시키는 '인간염색체 7번'의 결함과 비슷하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 염색체 구조의 상이함으로 인해 마치 월리엄스-보이렌 증후군 사람들이 타인에게 친절하고 밝은 것처럼, 개도 인간들에게 순종적이고 애교를 부리지만 늑대는 길들여지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죠.
오매불망 주인만 바라보고, 주인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댕댕이들. 그 댕댕이들이 실은 유전학적으로 사람들을 사랑할수 밖에 없게 태어났다는 사실에 약간의 실망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스러운 댕댕이들이 유전학적으로 어쩌고 저쩌면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댕댕이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