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리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 사회 구심적 공간 vs 사회 원심적 공간

by 지식노트 2023. 1. 11.
반응형

사회 구심적 혹은 원심적이란 개념은 공간 심리학에 등장하는 개념인데, 언뜻 어렵게 들려도 사실 그 의미는 간단하다.

우리가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우는 원심력, 구심력이란 개념처럼 외부로 밀어내거나 내부로 당기는 어떤 힘을 이야기하는 거고, 그 앞에 붙은 '사회'라는 수식어는 '사람끼리'라는 의미다 

즉, 사회 원심적 공간이란 사람들을 떼어놓는 힘이 강한 공간을 말한다.

구체적인 예로 공항, 기차역이나 병원의 대합실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의자가 한쪽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고, 크고, 무겁고, 재질도 딱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워싱턴DC 유니온 역

여기에 앉아 있으면 옆 사람과 쉽게 대화하기도, 마음 편히 책을 읽기도 그리 편안하지 않다. 필요 때문에 잠시 거쳐가는 공간이지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아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데이트 상대를 만나는 사람은 없다.

하네다 공항, 원심력 공간의 대표 사례

많은 사람과 함께 같은 장소에 앉아 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멀게 느껴지고, 외롭고 혼자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주로 눈앞에 놓인 전광판이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자신의 휴대전화를 쳐다보면서 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떼운다. 

반면 구심적 공간이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들의 공통점은 서로 마주 보고 앉기 편하게 좌석 배치가 자유롭고, 의자도 움직이기 쉬운 가벼운 재질이며 테이블도 크지 않다. 사람들끼리 서로 가깝게, 편하게 앉기 용이한 구조다.

야외 테라스 카페나 동네 입구에 놓인 평상 같은 공간은 놀랄 정도로 모여들게 한다. 편하게 옮겨 앉을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끼어서 합석도 가능하다. 일행은 물론이고, 누군가를 처음 만나도 금방 친해진다.

이곳에서 휴대전화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사회 구심적 공간과 사회 원심적 공간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사용자와 관리자 중 누가 공간 사용의 주도권을 가졌느냐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요양원의 예처럼 관리 직원들이 자신들이 청소하기 편하게 의자 배치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가는 순간(의자가 일렬로 배열되어 있고, 벽에 붙어 있을수록 청소가 편하다),

자유롭게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하고 편한 곳에서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던 노인들은 그 공간 속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한다.

어르신들이 모이는 평상

깨끗하고 잘 정리돼 보이는 공간 속에 사용자는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어 버리는 의외의 현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반면 노천카페나 평상에서는 자신이 앉을 자리와 방식을 사용자가 선택한다.

유럽의 카페 테라스

그 덕에 공간 사용의 참여자이자 주도자가 된다. 공간에 대한 '심리적 소유권'이 생기는 것이다. 공간 소유권은 공간에 대한 애착으로 발전하는 핵심 요소다.

- 보이지 않는 도시(임우진) 일부 발췌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