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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유비의 한탄, 비육지탄(髀肉之嘆)의 고사

by 지식노트 2022.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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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육지탄(髀肉之嘆)의 고사, 들어보셨나요? 삼국지 연의의 주인공, 촉나라 황제 유비(劉備)는 은거하고 있던 시절에 오랫동안 말을 타고 전쟁터에 나가지 못해서 넓적다리만 살찌는 것을 한탄한 데서 유래하는 것으로,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가지지 못해서 헛되이 세월만 보냄을 탄식한다는 뜻입니다.

유비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거리에서 물건을 팔아 생계를 잇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가운데 영웅심이 있고 배움에 뜻이 있어 15세 때 노식 선생에게 학문을 배웠고 그 와중에 동문 공손찬을 만나 우애를 맺습니다. 그러나 이 무렵은 천하가 어지러운 때라 학문보다는 백성을 평안케하는 일에 뜻을 두어 호걸들과 교류하며 지냅니다.

이때 관우와 장비를 만나 도원결의를 맺었고 토벌군에 참가하여 황건적을 물리치는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이로 인해 작은 벼슬을 얻었다. 하지만 얼마 후 원소에게 패해 이번에는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가까스로 공손찬을 찾아가 몸을 의탁하게 됩니다.

다시 원소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명성을 되찾았고 이때 조조의 도움으로 여포를 물리친 이후 조조 휘하에서 벼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의 황실의 후예이자, 한나라를 부흥하고자 했던 유비는 조조 밑에서 있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필생의 권력투쟁의 숙적 조조를 모살하고자 동승 장군과 결탁하였으나, 이 계획이 발각되자 먼 친척뻘인 형주의 유표에게 도망갑니다.

 

KOEI 삼국지 게임의 유비

유비는 당시 따르는 군사 하나 없이 처량한 촌로의 신세였습니다, 영웅호걸이자 대장부로서 뜻을 펼치지 못하고 그렇게 6년이 허무하게 지나갔습니다. 반면에 당대의 영웅 조조는 원술과 여포와 원소를 차례로 격파하여 하북 대평원을 차지하고 있었고 천하를 통일할 가장 유력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었습니다. 유표는 자신의 영지를 지키기 급한 사람이었을 뿐 천하를 넘보는 큰 그릇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유비의 나이는 40대를 넘어 50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약 2천년전의 시대상을 반영한다면 노인에 가까워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유비는 천하를 담을 그릇이었으나 본인은 초라한 신세이고, 자신과 자웅을 겨룰 라이벌로 보았던 조조는 천하를 호령하고 있으니 얼마나 서글펐을까요? 

하루는 유비가 유표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유비는 자신의 옆구리와 허벅지에 살이 늘어지게 붙은 것을 알게 되었고 자리로 돌아온 유비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유표가 이를 이상하게 여겨 까닭을 물었다. “아우님, 도대체 무슨 일이오? 어찌하여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것이오?” 이에 유비가 눈물을 그치며 서럽게 대답했다.

“유표 형님, 제가 이전에는 말안장에서 떠날 일이 없어 항상 배와 허벅다리에 살이 없었습니다. 탄탄하고 날씬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몇 해를 말을 타지 않으니 허벅지에 살아 붙어있는 걸 알았습니다. 도대체 어느 때가 되어야 천하의 공을 세울지 그걸 생각하니 슬퍼져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게 된 것입니다.”

비육지탄(脾肉之嘆), 넓적다리에 살이 붙음을 슬퍼하다라는 고사는 여기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유비에게 넓적다리 살이 붙은것이 정말 슬펐을까요?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이 유비는 사무치게 야속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 유비는 비육지탄의 고사가 나온지 약 10년뒤인 서기 213년~214년 익주와 형주를 점령하고 천하삼분지계를 완성하여 황제가 되니 사람의 앞날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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