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대표적인 관광지, 남이섬은 원래 섬이 아닌 작은 봉우리였습니다 1940년대 인근에 청평댐이 건설되며 북한강 강물이 차올라 섬이 되었습니다 수재 민병도(1916~2006) 전 한국은행 총재가 1965년 사들여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심어 가꾸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길과 겨울연가 촬영지로 유명해진 남이섬, 춘천에 있는 남이섬은 왜 조선시대 남이 장군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 남이장군의 삶, 권력의 희생양
남이 장군은 조선의 개국공신인 남재(南在)의 5대손입니다 아버지 남빈은 조선의 제3대 왕인 태종(太宗)의 딸 정선공주 貞善公主)가 의산군(宜山君) 남휘(南暉)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입니다 세조(世祖)에게 남이(南怡)는 고종사촌의 아들인 것이죠.
남이 장군(1441~1468)은 한 시대를 짧고 굵게 살다간 대장부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당시 세조는 남이와 이준(李浚) 등 젊은 종친을 대거 중용하여 원로 대신들을 견제하는 권력구도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세조의 이 파격 인사는 후계 구도의 안정을 위한 설계였습니다 세조를 이어 왕이 될 예종은 유약하고 어렸고, 세조는 훗날 세조도 함부로 하지 못한 권신인 한명회, 신숙주의 지나친 권력집중을 우려했습니다
세조의 적극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젊고 혈기왕성한 남이 장군은 말 그대로 승승장구합니다 1467년 이시애의 난을 평정한 후에는 행 호군(行 護軍)이 되어 27살의 나이에 여러 고을을 다스리게 됩니다
곧바로 여진족 토벌에 나서, 성공적으로 백성들을 구제하고 1468년 28살의 나이에 공조판서(현재의 국토, 해양, 농업, 산업을 합친 부서)와 오위도총부 도총관의 지위를 겸하게 했으니 정말로 소년 출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이의 출세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468년 8월에는 병조판서(현 국방부장관)로 승진하여 조선의 모든 국방을 책임지게 됩니다.그러나 병조판서로 임명된 직후 세조가 승하하고 예종이 즉위하자 그는 또다시 비정한 권력투구의 희생양이 됩니다
1468년 10월, 세조에 함께 중용되어 사랑받던 동지 병조참지 유자광의 밀고로 국문을 당해 환열형(轘裂刑)에 처해집니다. 환열형이란 두 수레가 양쪽에서 끌어 당겨 사람의 사지를 찢어 죽이는 형벌입니다
남이 장군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 개기는 한 편의 시 때문입니다 과거 여진족을 토벌하고 대장부의 기개를 표현하고자 남이 장군이 호기롭게 남긴 시가 결국 남이 장군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남이장군 호기가(豪氣歌)
白頭山石磨刀盡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다 없애고, 豆滿江水飮馬無 두만강 물은 말을 먹여 다 없애리
男兒二十未平國 남자 나이 스물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한다면, 後世誰稱大丈夫 뒷날 그 누가 대장부라 부르겠소
유자광은 시의 셋째 행, 남아이십미평국의 ‘平’ 자를 ‘得(얻을 득)’자로 바꾸어 남이가 역모를 꾀하고 있다고 고변하였고, 남이 장군의 권력이 비대해지는 것을 견제하고자했던 예종은 남이의 죽음을 명하게 됩니다
□ 남이섬과 남이장군
남이섬은 섬 북쪽 돌무더기에 남이장군이 묻혀있다는 구전에서 이름 붙었다고 합니다 1960년대 이 섬을 구매한 민병도 전 한국은행 총재가 남이장군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봉분을 쌓고 추모비를 세웠습니다 섬 북쪽, 섬 입구와 멀지 않은 곳에는 남이장군의 가묘도 있습니다
당시 반역죄인은 묘를 만들 수 없었기에 남이 장군의 후손들은 남이섬에 허름한 돌무더기 가묘를 만들고 진짜 시신은 수습하여 현재 경기도 화성시 인근에 진묘를 마련했습니다
불꽃같이 살다간 남이 장군의 억울한 죽음을 동정하고 경외하는 백성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당시 무속신앙에 힘입어 남이 장군은 군신으로 모셔졌고 현재도 서울 용산구에 있는 남이 장군 사당에서는 매년 남이 장군 사당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