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오래된 노포 국밥집을 방문하면 주방에서 아주머니들이 뚝배기에 가마솥 육수를 부었다가 다시 따라내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의 국밥 조리법 '토렴'입니다.
토렴은 사전에 '밥에 뜨거운 육수를 여러 번 부었다가 따라내어 덥히는 일' 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그럼 도대체 토렴은 무엇이며, 오래된 국밥집들은 왜 토렴을 한 채로 국밥을 내어주는 걸까요?
■ 토렴의 기원
조선 후기에 상업이 점점 발전하기 시작하며 전국 시장에 물건을 팔러 돌아다니던 상인들을 중심으로외식 수요가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 곳곳에 있던 주막을 중심으로 외식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그전에는 외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가마솥을 사용하는 조선 요리 문화 특성상 밥을 짓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기에 어쩔 수 없이 아침에 밥을 미리 해놓아야 했습니다. 아침에 미리 지어놓은 밥이 찬밥이 되면주막을 찾는 장돌뱅이 손님들에게 가마솥에 끓여놓은뜨거운 국물에 찬 밥을 부어 토렴하여 따뜻한 국밥을 내놓았습니다.
겨울철 꽁꽁 얼어버린 찬밥을 그대로 뜨거운 국물에 말아 먹는 것은 국밥 자체의 온도를 엄청나게 떨어트렸습니다. 토렴이 전기밭솥이나 보온기가 없던 조선시대에 밥을 데워 따뜻하게 먹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였던 것이죠.
■ 토렴의 방법
토렴의 방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차게 식은 밥을 먼저 뚝배기(그릇)에 넣고 가마솥에 끓고 있는 뜨거운 국물을 국자로 여러번 부었다 따라냅니다. 이때 되도록이면 쌀밥이 가마솥에 들어가지 않도록 국물만 요령껏 잘 따라냅니다.
밥과 미리 썰어놓은 고기 등 건더기 위에 육수를 여러번 부어 온도를 높여 따뜻하게 높입니다. 밥과 건더기가 충분히 온도가 올라갔으면 마지막으로 육수를 부어 완성된 국밥을 손님에게 내놓습니다
■ 토렴의 효능
밥에는 전분이 있는데, 쌀알일 때 단단한 전분 조직은 물과 열을 만나 말랑말랑한 형태로 변합니다. 찰기 있는 상태로 쌀을 변화시켜 소화가 잘되고 맛있게 하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밥을 짓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지어놓은 밥이 식으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밥의 전분은 수분을 잃으며 밥을 짓기 전 뻣뻣한 상태로 다시 변합니다. 이때 토렴을 통해 쌀에 수분을 더하고 온도를 높이면 다시 전분을 말랑말랑하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토렴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