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가장 좋아하는 고기, 삼겹살입니다. 삼겹살은 돼지 배 부위의 갈비뼈를 감싼 부위를 일컫습니다. 돼지의 녹진한 지방과 담백한 살코기가 세층을 이루고 있어서 삼겹살이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한국인은 그럼 언제부터 삼겹살을 좋아했고, 먹기 시작했을까요? 확실한 것은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 이야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삼겹살의 역사
과거 고려, 조선시대 사람들은 대부분의 영양소를 보리, 쌀 등 곡물과 채소 등에서 섭취하였고, 고기는 평상시에 굉장히 접하기 힘든 음식이었습니다. 일반 서민들은 마을에서 1년에 2~3번 결혼식이 열리거나 잔치가 있으면 그때서야 겨우 몇 점 맛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고기였습니다.
그마저도 고기가 부족하여 최대한 가성비 좋게 양을 불리기 위하여 고기를 육수에 푹 삶어내어, 국물과 함께 먹어야 했던 것이 우리 조상들이 유일하게 고기를 섭취하던 방식이었습니다.
삼겹살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931년에 등장합니다. 이화여자대학 가사과 방신영 교수가 1931년 발간한 '조선요리제법'에서 세겹살(뱃바지) - 배에 있는 고기, 돈육 중에 제일 맛있는 고기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홍선표는 1940년 발간한 조선요리학에서 세겹살은 가장 맛 좋은 부위라고 기록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삼겹살(세겹살)은 구워 먹는 부위가 아니라 양념하여 먹거나, 삶아 먹는 부위였습니다. 애초에 우리나라는 양반들이나, 부잣집이 아니면 고기를 구워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라였습니다.
■ 삼겹살의 서민화
서민들의 밥상에 삼겹살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를 거치면서 부터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애정하는 삼겹살의 역사가 이제야 50년을 막 넘은 것입니다.
1970년대 산업화가 이루어지며 사람들의 경제 수준과 미식에 대한 탐구도 급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출제일주의 기조 속에 일본에 수출을 하기 위한 돼지고기 육가공 공장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기름기 없는 안심 등 부위는 일본으로 수출되었고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 족발 등 남은 부위가 국내에서 유통되며 새로운 영역의 시장을 만듭니다. 그리고 당시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섭취할 수 있고, 맛도 좋은 삼겹살은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1980~90년대에 들어서 고도성장기에 접어든 한국은 서민들을 중심으로 외식문화가 폭발적으로 발전합니다. 대도시 외곽에는 00가든 이라는 이름의 갈비구이 등 고기를 구워먹는 식당이 엄청나게 생겼고 부유한 사람들은 외식으로 갈비 구이 등을 먹곤 하였습니다.
삼겹살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여 직장인들의 회식이나 모임 자리에서 주로 등장했습니다. 직장인들이 많이 모여있는 대도시 오피스 상권, 가족 외식이 많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앞 상가 등에서 삼겹살 가게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또한 삼겹살은 특별한 화로가 없어도 부루스타 하나만 있으면 가정에서도 손쉽게 구워먹을 수 있어 서민들의 가족 식사로 도 자리매김 하였니다. (어릴 때 거실에 신문지를 잔뜩 깔고 삼겹살을 구워먹는 기억이 나네요)
이렇게 1970년대부터 1990년의 까지의 시간 속에 삼겹살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2022년 현재도 외식에서 삼겹살의 위상은 가장 윗자리에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삼겹살 내에서도 다양한 연구와 시도 끝에 여러 카테고리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얇게 썰어 저렴하게 먹는 대패삼겹살, 냉동삼겹살부터 돼지고기를 일주일 이상 숙성시켜 고급 요리처럼 구워먹는 식당들까지, 바야흐로 지금은 大삼겹살의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