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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IT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by 지식노트 2021.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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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향이 바로 여기다! '바로 여기다. 이곳이 우리의 고향이다'라고 칼 세이건은 말했습니다. 1990년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의 모습. 약 64억㎞ 밖에서 바라본 지구는 푸르스름한 먼지띠에서 희미하게 떨고 있는 작은 점에 불과합니다."

1977년 9월 5일 무인우주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행성을 탐사할 목적으로 발사되었습니다. 보이저호는 태양계 행성의 많은 사진들을 지구로 송신했습니다. 

창백한 푸른 점

지구를 떠난 지 13년이 흐른 뒤 1990년 2월 초에 보이저 1호는 태양의 가장 바깥 쪽 행성의 궤도를 넘어선 공간을 초속 18km의 속력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우리가 우주에서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한지를 가르쳐 주기 위하여 보이저호에 신호를 보내 '카메라를 지구로 돌려 사진을 찍어 전송하라' 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 신호는 약 5시간 후 60억KM 떨어져 있는 보이저호에 도달했습니다.

몇달 후 기적같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실현 가능성이 없을 것 같은 이 명령에 따라 보이저 1호가 90년 3월부터 5월 태양계의 가족들과 우주공간에 외롭게 빛나는 '창백한 푸른 점' 지구 등을 찍은 수십장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태양계 행성 탐사 임무를 마치고 아무런 에너지도 없이 관성으로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보이저 1호의 충실한 명령 수행은 많은 과학자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보이저호는 이제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나 지금쯤 광대무변한 우주공간을 외롭게 질주하고 있을 겁니다. 이 외로운 우주여행은 앞으로도 200만년 동안은 계속 될 것입니다.


칼 세이건은 그 사진을 보고 아래와 같이 읖조렸습니다.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칼 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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