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와 CSR에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일수록 도덕적이고, 인권친화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언뜻 보기에는 당연한 명제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2013년 런던정경대학 마거릿 올미스톤과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엘라니 왕이『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무책임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사회적 책임에 투자를 많이 했던 기업들이 나중에는 더 무책임하고 더 비도덕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타인과 비교하여 상대적인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는 '도덕적 면허 효과'는 자신이 옳고, 정의롭고,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조직에서 나타납니다. 이런 도덕적 면허 효과는 일상생활에서도 보상심리라는 형태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오늘 2시간이나 열심히 운동했으니 치맥 정도는 괜찮겠지? 나는 평소에 에코백을 사용하고 있으니 플라스틱 컵 하나 정도야 괜찮겠지? 라며 자신을 합리화하고, '그래도 내가 평소에 운동하지도 않고, 1회용품을 마구 쓰는 상대방보다는 나은 사람이야'라는 착각에 빠집니다.
도덕적 면허 효과는 개인이 아닌 기업 차원에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회적 책임의 대명사로 알려진 미국의 한 에너지회사가 알고 보니 유령회사를 세워 회계를 조작하는 등의 불법적인 일들을 꾸준히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리 회사는 기부를 많이 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결국 2001년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과거 도덕적 선행이나 행동을 한 개인이나 기업은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 자만심이 커집니다. 착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 정도 나쁜 일이야 괜찮겠지”하는 심리를 갖게 되어 결국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결과를 낳고, 이를 자기 정당화의 한 방편으로 사용합니다.
나중에는 자신의 일탈행위에 대한 죄의식마저 없어집니다. 수많은 정계, 재계 인사들이 일반인들은 상상하지도 못할 편법을 일삼고도 “관행이었다" 또는 "왜 더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을 지적하지 않느냐? 나는 좋은 일을 하려던 취지였다"라고 말합니다.
나는 평생 약자의 인권을 위해 싸워온 사람이고, 상대방은 평생을 있는 사람들 편에서 기생했던 사람인데 왜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냐고 오히려 강변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고 싶습니다, '도덕적 면허 효과'는 자신이 옳고, 정의롭고,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나타납니다. 한때는 이들 모두가 맑고 정의로운 영혼의 소유자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정의로움이 현재의 비도덕성을 대변해주지는 못합니다.
니체가 말했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