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는 축구 역사에서 격렬한 라이벌 관계는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처럼 뜨겁고 위험한 라이벌 관계는 축구 역사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영국 축구를 대표하는 더비 매치인 리버풀(Liverpool FC)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r United FC)의 라이벌 의식은 어디서 생겨났을까요?
리버풀과 맨체스터는 잉글랜드 북서쪽에 고작 35마일정도 떨어진 인접한 도시로 두 팀 간의 축구 매치는 노스웨스트 더비(Northwest Derby)로 불리기도 합니다. 두 팀 간의 축구 매치는 유혈 사태, 대규모 훌리건 충돌 등을 동반할 만큼 격렬하고 폭력적이기로 유명한데요, 도대체 이 두 팀은 왜 이렇게까지 서로를 증오하게 되었을까요?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18세기 산업혁명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리버풀과 맨체스터는 모두 강을 끼고 있는 강변 도시이자, 무역을 중시하는 공업 도시였습니다. 영국이 대영제국으로 발돋움하던 당시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산업혁명의 수혜를 온전히 받았습니다
1830년 세계 최초로 도시 간 철도가 완공되었는데, 그 철도가 바로 리버풀과 맨유를 연결하는 철도였습니다. 맨체스터 지역에서 생산한 공산품과 중공업 산업 제품을 리버풀 항구로 이송하여, 리버풀 항구에서 전 세계로 수출하는 것이 당시 영국의 주요 수출 루트 중 하나였습니다
두 도시는 중공업을 중심으로 발전하던 영국 경제의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였습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리버풀은 영국 제2의 도시 역할을 하며 엄청난 호황을 누렸습니다.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영국 수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으니 그 위세가 대단했던 것 같죠?
하지만 이 지점에서 두 도시 간의 갈등이 시작됩니다. 맨체스터는 산업혁명 이전부터 영국 북부를 대표하는 경제도시였고, 리버풀은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작았습니다. 그러나 18세기~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며 리버풀의 경제 규모가 맨체스터를 앞지르며 급속하게 성장하였고, 맨체스터 시민들은 당연히 불만이 계속 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십년 간 불만이 누적되던 맨체스터는 리버풀에서 부여하는 항구 관세와 철도 요금에 항의하며 직접 운하를 건설하여 무역 거래를 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무역 거래에서의 통관료, 항만 이용비 등으로 수혜를 누리던 리버풀 시민들과 정치인들은 결사반대를 외쳤지만 결국 1894년 맨체스터 선박 운하가 완공됩니다
맨체스터가 내륙 항구 역할을 하게 되자, 통관료 수입 등이 없어진 리버풀 경제는 불황에 접어들고, 항만에서 일하던 부두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없어집니다. 영국 축구 클럽은 대부분 노동자 조합, 노동자 연맹 등에서 시작하였을 정도로 공장, 탄광, 부두 노동자들의 스포츠라고 불립니다. 리버풀 항만 노동자들이 당장 일자리를 잃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게 되자, 그 분노는 당연히 축구 경기로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운명적으로 리그가 달라 맞붙지 못하던 리버풀과 맨유 축구 클럽은 1894년 운하가 완공되던 해에 역사적으로 첫 라이벌 매치를 가지게 됩니다. 많은 축구클럽 선수들이 노동자로 투잡을 하던 그 때, 두 팀 간의 라이벌 매치가 얼마나 살벌하고 격렬했는지 상상이 가지 않으시나요? 심지어 이 경기는 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였습니다
이 첫 번째 경기를 시작으로 양팀은 지금까지 200번이 넘는 라이벌 경기를 치루면서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그들이 단순히 지역감정을 넘어서는 라이벌 관계이긴 하지만, 양팀이 잉글랜드 축구 리그에서 가장 위대한 역사를 자랑하는 두 팀이기에 서로를 자극제로 삼아 발전해 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양팀은 이후 100여 년이 넘는 세월을 겪으며, 침체기와 전성기, 영광의 순간들과 가슴 아픈 참사를 겪으며 유럽의 위대한 축구 클럽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알고 보면 더욱 재밌는 노스웨스트 더비, 이제는 왜 리버풀과 맨유의 축구가 그토록 치열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