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해오던 업을 이어서 수십년간 꾸준히 해온 사람들을 우리는 '장인' 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잠수부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머구리'입니다
머구리는 큰 철제 헷멜과 각종 장비를 착용하여 잠수한 뒤 깊은 바닷속에서 전복, 키조개, 홍합, 문어 등을 채취합니다. 제주도의 해녀가 10m 정도 얕은 곳을 들어가는 프리다이빙 형식이라면 머구리는 50m까지 깊게 들어가며 배와 연결된 긴 호스를 통해 산소를 공급받으며 오랜 시간 작업하는 형식입니다. 공식 명칭은 '헬멧식 잠수기 어업'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유래된 머구리 ‘잠수’를 의미하는 일본어 ‘潛り(모구리)’에서 유래했습니다. 잠수기는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들여와 1870년대부터 일본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본래 잠수기는 대형 선박 밑바닥 수리, 침몰선 인양 등에 쓰던 기술이지만 동아시아로 넘어오면서 아시아 특유의 어패류, 해산물 소비문화와 맞물려 어업의 도구로 사용됩니다.
머구리는 보통 바닷 속에 한번 들어가면 1~2시간 정도 작업을 합니다 전복, 미역, 문어, 성게, 해삼 등등 노련한 선장들만 아는 군락지에 가서 작업한 노획물을 몇번에 걸쳐 연결된 줄을 통해 배로 올려보냅니다.
머구리는 굉장히 위험한 직업입니다 철로 만든 신발에, 무거운 추, 잠수복 철제 헬멧 등 장비를 모두 갖추면 50kg가 훌쩍 넘습니다. 본인 몸무게까지 합하면 대략 100~150kg를 이고 바닷속을 헤집고 다니며, 이때문에 물속에서 행동이 굼뜰 수 밖에 없죠 돌발 상황이 생기면 대처할 수 없습니다.
배와 연결된 줄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기 때문에, 만약 이 호스에 문제가 생기면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껏 많은 머구리들이 호스가 배 스크루에 절단되어 바다 속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머구리 작업이 들어가면 배 위에 있는 선장 및 선원들은 물 위로 올라오는 기포를 항상 육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헬멧 안에 작은 송수신 장치가 있어, 배와 연락은 되지만이중 삼중으로 안전을 확인해야 합니다. 심지어 예전에는 연락 방법도 없어, 호스가 끊기면 그냥 죽어야 했습니다.
또다른 문제점은 잠수병입니다. 잠수병은 수중내 급상승으로 인한 폐파열과 수중에서의 높은 압의 공기를 마시게 되며 체내에 축적되는 질소를 배출하지 못해서 생기는 감압병이 주 원인입니다. 장시간 바닷 속에서 작업을 하면 기계를 통해 지상에서보다 농도 짙은 공기를 주입 받습니다 혈액과 조직속에는 자연스럽게 많은 질소가 녹아들어갑니다.
농도 높은 질소를 천천히, 시간을 들여 배출해야 하지만 기초 보건상식이 없던 시절 머구리들은 그냥 수중 위로 올라왔고. 그 과정에서 체내에 남아있던 질소가 혈관을 막거나 관절 및 신경 부위 등에서 부피가 커지며 이상을 일으켰습니다.
잠수병(감압병)으로 죽어간 머구리들은 그 수를 세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과거 포항, 울산, 울진 등 경상도 지역에도 존재하던 머구리들이 이제는 모두 자취를 감추었고 현재는 강원도 고성, 삼척 일대, 서해 보령 등에서 소수의 머구리들만 활동하고 있습니다.
위험하고 힘든 머구리 일을 아무로 하려는 사람이 없어 이제는 새터민, 외국인들이 머구리 일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과거 힘들고 배곯던 시절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일하던 어머니 아버지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이제는 당연히 안전하고 편안한 방법으로 해산물을 채취하는 방법들이 생겼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역사의 흐름에 뒤로 사라져가는 옛것들이 그리워지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