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낙지, 겨울 문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제철 해산물이 맛이 좋다라는 말도 되겠네요. 여기에 카테고리가 하나 추가되어야 합니다 '봄 쭈꾸미'만큼 제철에 맛있는 음식이 또 없습니다.
쭈꾸미는 완연한 봄 3월 중순∼4월 중순 사이가 산란 직전의 상태로 알이 몸통 가득 차 있습니다 많은 제철 해산물이 그렇듯 산란기에 알이 가장 충만할 시기에 쭈꾸미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몸통을 열어 보면 알이 가득 모여 있는 것이 마치 ‘찐 밥’ 모양 같습니다.
서울에는 주꾸미로 유명한 가게들이 몇몇 있지만쭈꾸미 가게들이 모여 골목을 형성한 곳은 천호동과 용두동이 유이합니다. 동대문구 용두동에 가면 쭈꾸미골목이 있습니다. 1990년대 원조 '나정순 할매 쭈꾸미'로부터 시작된 서울의 원조 쭈꾸미 골목입니다.
전남 목포에서 옷 장사를 하다 1969년 상경한 나정순 할머니가 1980년대부터 '호남식당' 이라는 백반집을 운영하다 주당들에게 안주로 팔던 쭈꾸미 볶음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자 전문집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정순 할머니를 따라 한 곳 두 곳 생기기 시작한 쭈꾸미 가게들이 지금은 '용두동 쭈꾸미 골목'을 형성했습니다.
제기동역 6번 출구로 나와 용두동 사거리로 걸어오면 보이는 농협은행 뒷골목에 용두동 쭈꾸미골목이 있습니다. 골목 초입에는 경례를 하고 있는 귀여운 쭈꾸미 동상이 마스코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뻘건 매운 양념의 쭈꾸미를 철판에 볶아서 먹는 것이 용두동 쭈꾸미 골목의 주 메뉴입니다.쭈꾸미 골목에는 호남식당, 고흥 쭈꾸미 등 약 10여 곳의 쭈꾸미 식당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가게는 역시 원조 '호남식당 나정순 할매 쭈꾸미' 지만 웨이팅 너무 심할 경우 다른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매콤한 쭈꾸미 맛은 대동소이합니다
대표 메뉴는 양념 주꾸미 볶음요리인 '쭈꾸미'로 이 동네 가게들의 단일 메뉴 이기도 합니다. 주문을 하자마자 이모님이 쭈꾸미 한판을 가지고 오십니다. 불을 올려 철판을 충분히 달군 다음 양념된 쭈꾸미를 표고버섯, 통마늘과 함께 철판에 볶습니다.
쭈꾸미 양념은 매운 맛이 강해, 매운 맛을 못 먹는 사람들은 곳곳에서 땀을 연신 닦으며 나지막한 신음을 흘리며 먹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깻잎, 마요네즈에 버무린 천사채 무침이 나오는데 이걸로 속을 달래가며 먹는 것이 오래된 단골들의 비법입니다
쭈꾸미를 모두 해치우고 나면, 남은 매운 양념에 김가루를 넣고 볶아먹는 볶음밥을 꼭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빠질 수 없는 별미죠. 이제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날씨도 점점 풀리는 것이 참 반갑습니다. 봄이 오면 제철 쭈꾸미 먹으러 용두동 쭈꾸미 골목 한번 들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