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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노포

[먹자골목 시리즈] 22. 부산 범천동 조방낙지골목

by 지식노트 2022.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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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하면 낙곱새, 낙곱새하면 부산입니다. 부산에서도 낙곱새로 가장 유명한 동네, 부산 범일동 조방낙지골목입니다. 부산 범일역 10번 출구에 내려 50여미터 정도 골목 안으로 들어오면 먹자 골목이 펼쳐집니다. 젊은 관광객들과 부산 토박이들이 뒤섞여 낙지 가게에 앞서거니 들어가고 있습니다. 

 

낙지골목

낙지는 옛부터 우리 선조들이 많이 즐기며 다양한 요리를 개발해온 음식재료입니다. 특히 정약용 정약전 형제의 낙지사랑은 대단했습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맛이 달콤하고 회, 국, 포를 만들기 좋다고 한 것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회, 숙회, 볶음, 탕, 산적, 전골, 초무침, 구이에서부터 다른 재료와 궁합을 이룬 갈낙(갈비살과 낙지), 낙새(낙지와 새우), 낙곱(낙지와 곱창)이 개발되었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탐진어가(耽津漁歌)>라는 시에서 ‘어촌에서는 모두 낙지로 국을 끓여 먹을 뿐, 붉은 새우와 맛조개는 맛있다고 여기지도 않는다.’고 읊었습니다. 정약전은 한술 더 떠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영양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를 서너 마리만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유명한 거리 조방낙지골목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요? 조방은 '조선방직주식회사'의 줄임말입니다. 2017년에 100주년을 맞은 ‘조방거리’. 부산 범일동에 위치한 조방거리는 일본에 의해 설립된 한국 최초의 기계제 면 방적인 '조선방직' 회사가 있던 곳이라 아직도 조방거리로 불려집니다. 1917년 11월 부산부 동구 범일정 700번지(현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에 조선방직이 설립됐으며, 1922년부터 조업을 개시했습니다.

 

과거 조선방직

회사의 전성기 때 공장 부지가 4만평에 이르고 54동의 건물에 종업원만 3000여명에 달하는 초대형 공장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사람이 몰리면서 인근에 점포와 술집들도 하나둘씩 들어섭니다. 자유시장과 평화시장,중앙시장이 자리하고 부산의 최대 귀금속 상가와 유명 백화점도 있는 부산의 대표적 쇼핑 지역이기도 합니다.

1960년대 초 '원조 할매집'이 시장 상인들과 퇴근하는 조선방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팔기 시작한 낙지볶음은, 이제 '조방 낙지볶음'과 트렌드에 맞춰 곱창과 새우를 더한 '조방 낙곱새'로 전국적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원조할매' '본가' '큰마당' '새할매' 등 겨우 이제는 겨우 네다섯집만 남아 골목을 이루고 있지만, 그 유명세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낙지 가게들이 없어진 자리는 귀금속 상가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낙지골목(거리)에 들어서면 도로 좌우로 낙지 가게 앞에 기다리는 손님들이 가득합니다. 가까스로 웨이팅을 뚫고 들어가면 아직도 좌식과 입식을 섞어서 쓰는 오래된 노포들이 등장합니다. 각 테이블마다 가스 호스로 연결된 버너가 하나씩 놓여져 있습니다. 주문은 간단합니다 낙지, 낙새, 낙곱, 낙곱새. 끝입니다.

 

메뉴판

주문하자마자 특제 용기에 벌건 낙곱새를 담아 버너 위에 올려 놓습니다. 가스불을 켜면 푸른 불꽃이 펄펄 끓어오릅니다. 조방 낙지볶음, 낙곱새는 생긴 것과 다르게 그렇게 맵지 않습니다. 달큰하면서도 적당히 매운 맛이 남녀노소 모두들 좋아하는 맛입니다. 입맛 없을 때 스뎅그릇에 밥 넣고, 낙곱새 넣어 슥슥 비벼먹으면 입맛 되돌리기에는 최고입니다. 화학조미료는 일체 쓰지 않으며, 간마늘,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양파와 대파를 수북하게 얹어, 천연 재료로 상긋한 향과 함께 단맛을 냈습니다.

 

조방낙지 낙곱새

 

낙지볶음 메뉴는 순수 낙지 마니아들이 좋아하고,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낙곱새를 시킵니다. 낙지의 쫄깃함, 곱창의 고소함, 새우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선호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낙지볶음'과 소주 한 병을 시킵니다. 불이 워낙 세서 금방 익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아직 더 끓여야한다고 이모가 핀잔을 줍니다. 국물을 한 입 떠보면 진하면서도 담백합니다.

 

밥에 비벼먹기

소주를 한 잔 털어놓고 낙지 한 입을 씹으면 오돌오돌 바로 목구멍으로 넘어갑니다. 소주 두세잔 먹다보면 양념 국물이 걸쭉해지면, 그 양념 국물을 밥에 듬뿍 얹어서 슥슥 비빕니다. 밥 한공기를 맛있게 잘 비우면 어느새 취기가 오릅니다. 다 먹을 때쯤이면 무조건! 당면 사리는 추가로 넣어 먹어야 합니다. 걸쭉하고 진한 국물이 당면과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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