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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노포

[먹자골목 시리즈] 23.마장동 먹자골목(소고기)

by 지식노트 2022.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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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시장 중 하나, 마장동 축산시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축산시장입니다.  마장동은 조선 초기 말을 기르던 양마장이 있었고, 이 양마장을 마장안, 마장리로 부른데서 마장동이라는 지명이 유래했습니다. 1963년에는 종로구 숭인동에 있던 도축장이 이곳으로 옮겨오면서는 자연스럽게 우시장이 형성되었고 하루 최대 소 250여 마리, 돼지 2000여 마리를 도축할 정도로 수도권 축산물 공급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습니다.

마장동 축산시장은 고기의 도축, 정형, 발골, 판매 등을 종합축산시장으로 바렂ㄴ했고, 자연스럽게 고기와 특수 부위를 즉석에서 구워 먹을 수 있는 가게들이 들어섰습니다.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고기를 먹으려면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일명 수산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장집' 시스템입니다. 마장동 축산시장내 정육점(일부는 가게를 같이함)에서 고기를 사서 가게로 가 숯불, 쌈 채소, 주류 등을 사서 먹는 것입니다. 질 좋은 한우 투뿔 고기들을 저렴한 가격에 초장집 가게에서 드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오늘 소개해드릴 '마장동 먹자골목' 에서 드시는 방법입니다. 마장동 축산시장 북문쪽으로 나오면 공영주차장 바로 옆에 마장동 먹자골목이 위치해 있습니다. 약 50여 m 골목에 20개가 넘는 소고기 전문 음식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약 30~40여년전 만들어진 마장동을 유명하게 만든 먹자골목이기도 합니다.

 

마장동 먹자골목

 

마장동 먹자골목은 낡은 건물과 좁은 테이블,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주차공간도 거의 없지만 저녁마다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먹자골목에서 여기서 판매되는 소고기는 비싼 투뿔 한우보다는 국내산 육우가 많은 편입니다. 일명 가성비로 승부하는 가게들이 많고, 당연히 마장동 축산시장이 주는 분위기와 환경이 먹자골목으로 사람들을 더 이끌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가게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성인 4명이 먹을 수 있는 모둠구이(800g)에는 안창, 토시, 낙엽, 갈비, 대창 등 다양한 부위가 담겨 있다. 가격은 6~7만 원으로 보통 소고기 전문점보다 훨씬 가성비가 좋습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이 바로 옆에 있어 질좋고 저렴한 고기를 바로 공수해올 수 있다는 것이 저렴한 가격을 가능하게 했을 것입니다.

메뉴판

저는 먹자골목 가게 중 제일 유명한 '대구집' 에 자주 갑니다. 예전에 선배가 처음 마장동 먹자골목을 소개해주며 데려간 곳이 대구집입니다. 그때는 몰랐으나, 예전부터 먹자골목 가게 중에 손님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먹자골목 아무 가게나 들어가더라도 기본 반찬과 나오는 고기의 세팅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축산시장 바로 옆에 위치한 먹자골목답게 소간과 천엽이 나오고, 고추와 마늘, 그리고 고추를 송송 다져넣은 간장소스가 나옵니다. 고깃집에서 파는 참소스와 맛이 참 흡사합니다. 대구집은 특이하게 소주잔에 얇게 썰은 조그마한 인삼을 넣어주는데 다른 가게도 그렇게 내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육우 모듬과 연탄불

먹자골목 모든 가게들이 옛날 연탄을 사용합니다. 연탄이 주는 특유의 불맛과 향이 있기도 하지만 예전 88올림픽 무렵부터 장사를 해오던 가게들은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연탄이 주는 강력한 화력이 소고기와는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집 내부

대구집을 비롯해 마장동 먹자골목 가게들은 저녁만 되면 서울 곳곳에서 오는 손님들로 아주 시끌벅적합니다. 가게 내부도 생각보다 비좁고, 고기굽는 연기가 자욱해 고기 외의 분위기를 위해 가기에는 적당한 곳은 아닙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정도 가격에 이정도 퀄리티의 고기를 만나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마장동에서 소고기를 먹는다는 느낌은 다른 정육식당이나 소고기 가게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만족감을 줍니다. 다음 날 출근해서 주위에 "나 어제 마장동에서 고기먹고 왔어" 라고 하면 모두가 부러운 눈빛을 보냅니다, 마장동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입니다.

슬프게도 앞으로는 마장동 먹자골목이 영원히 문을 닫을 것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올해 3월 마장동 먹자골목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가게 약 10여개가 불탔다고 합니다. 사실 마장동 먹자골목의 가게들은 무허가 건물들이고, 가스통과 연탄 등 사용하는 제품들 또한 당국의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였습니다. 지역의 성동구청은 먹자골목 전체가 무허가인 만큼 이번 화재를 계기로 마장동 먹자골목을 철거한다는 방침입니다. 

40여년 이상 영업을 이어온 가게들의 입장도 물론 있습니다. 그동안 잘못해오던 관행을 개선할테니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입니다. 성동구청과 상인들간의 협상이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어떻게 사태가 풀려갈지는 미지수입니다. 개인적으로 상인들의 요구가 아쉽습니다.

4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무허가로 장사를 하며 스스로 자정하고 개선해나갈 여지는 충분히 있었지만 모른체해온 세월이 참 길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지금에 와서야 개선하겠다고 하는 것이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의문입니다. 정말로 마장동 먹자골목의 분위기와 느낌을 사랑하던 사람으로서 사태가 지혜롭게 잘 풀려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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