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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노포

[먹자골목 시리즈] 25. 기장 연화리 해녀촌

by 지식노트 2022.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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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제주에 이어 해녀들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지역중 하나입니다. 남해안부터 동해안까지 뻗은 긴 해안선과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인해 풍부한 해산물, 그리고 대도시의 소비성이 삼박자를 잘 맞춰 해녀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부산은 19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가 이루어지는데, 이때 호남 지역과 제주 지역의 사람들이 부산으로 집단 이주해왔습니다. 특히 제주 사람들은 부산의 어업 및 조선 산업의 발달에 따른 이주의 규모가 컸습니다.

아시다시피 제주는 1970년대 당시만해도 관광 환경이 갖춰져있지 않았기 때문에 농업과 어업말고는 먹고 살길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집단 이주를 한 제주 출신의 해녀들이 가족과 함께 부산에 정착하거나 부산에서 가정을 이루었는데 해안가에 전반적으로 골고루 자리를 잡았습니다. 현재 부산에서 해녀로 종사하는 사람은 대략 1000여 명. 이 해녀들 대부분이 제주 출신들로, 젊은 시절 제주에서 부산으로 정착한 이들이고 거의 60~70대로 80대의 원로 해녀도 상당수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장 연화리 해녀촌

특히 기장 연화리를 비롯해 영도 태종대, 송도 등에는 '해녀촌'을 이루고 있을 정도로 그 활동이 활발합니다. 해녀들은 매일 오전 두어 시간씩 '물질'을 하고 연계된 가게에 물건을 넘기거나 직접 채취한 해산물로 해녀촌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 중 가장 활성화가 잘 된 해녀촌이 기장의 '연화리 해녀촌' 입니다. 연화리 해녀촌은 전복, 멍게, 해삼, 개불, 낙지 등 싱싱한 해산물 이외에도,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전복으로 끓여내는 전복죽이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1990년대 이후 부산이 본격적으로 관광도시로서 명성을 떨치며 인근에 위치한 기장 해녀촌을 찾는 젊은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기장 연화리 해녀촌이 알려지며 인근에 위치한 기장 대변항보다 해녀촌에 사람들이 더 붐비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차를 타고 약 40분, 연화리 해녀촌에 오면 해안을 따라 수십 개의 천막 가게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조그마한 가게마다 '00해물, 00수산, 00집, 00할매' 등 각양각색의 정겨운 간판들로 손님들을 유혹합니다. 입구에는 빨간 고무대야, 일명 다라이에 해산물이 가득 담겨 손님들의 눈길을 끕니다. 성게, 멍게, 개불, 참소라, 갯고둥, 전복, 낙지 등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기장 연화리 해녀촌

가게마다 손님들이 지나가면 정겨운 목소리로 호객 행위를 합니다. "어서오이소~ 많이 드리께예" , "바닷가에 자리 있습니데이~" 등등 듣기 좋은 부산 사투리가 연신 들려옵니다. 할망들의 권유에 못이겨 가게 안에 들어가면 천막으로 덮어씬 천장에 테이블이 약 5~6개 정도 놓여있습니다. 겨울에는 닫아놓지만 봄부터는 비닐 창문을 열어놓아 바다냄새를 맡고, 바다를 바라보며 싱싱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습니다. 

 

기장 연화리 해녀촌 메뉴판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면 고를 메뉴가 딱 정해져 있습니다. 해물 모듬 소중대 그리고 전복죽. 해물 모듬을 하나 시키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번개같이 한상이 차려집니다. 멍게와 해삼, 뿔소라, 문어숙회, 삶은 고둥, 개불, 산낙지가

한상 차림 등장합니다. 커다란 쟁반에 시킨 메뉴에 따라 6~10여가지 해산물이 차려집니다. 가격은 3만원에서 5만원이라 가성비도 최고이죠, 이게 바로 진정한 부산 바다 한상차림입니다. 차를 가져왔지만 나도 모르게 소주를 하나 시키게 됩니다. 소주 한 잔에 해물 한 점 올려 먹으며 바닷바람을 쐬면 부산바다가 마치 내것이 된것마먕 호연지기사 솓구칩니다. 해물마다 씹는 맛이 달라서 좋습니다. 부족한 메뉴를 추가해가며 소주를 연신 비어대니 어느덧 취기로 얼굴이 불콰해집니다. 

 

기장 연화리 해녀촌 해물모듬大

 

이제는 해녀촌의 마무리 음식, 전복죽을 시킬 차례입니다. 성게전복죽, 특전복죽 등이 있는데 일반전복죽을 시켜도 푸짐하고 맛있는 전복죽이 한 솥 차려집니다. 연화리 해녀촌 전복죽의 특징은 끓이던 솥을 통째로 들고와 손님상에 올려준다는 것입니다. 그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솥에서 뿜어져나오는 전복죽 향에 모두 술잔을 내려놓고 연신 숟가락을 뜨기에 바쁩니다. 

 

기장 연화리 해녀촌 전복죽 한솥

연화리는 마을 뒷산이 연화봉이라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꽃무니의 비단폭 같은 산봉우리라고 합니다. 제주 출신의 해녀할망과 그 2세들이 만들어놓은 또다른 제주가 바로 부산 기장 연화리 해녀촌입니다. 바닷바람을 맡으며 싱싱한 해산물을 즐기기에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5월 날씨가 좋습니다, 갑시다 부산 기장 해녀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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