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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노포

[먹자골목 시리즈] 28. 을지로 골뱅이골목

by 지식노트 2022.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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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가장 힙한 곳 힙지로에는 두 가지 명물이 있습니다, 이른바 만선호프로 대표되는 을지로 노가리와 오늘 소개해드릴 을지로 골뱅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원래 을지로는 골뱅이로 더 유명했으나 2010년대 들어오며 SNS를 통해 노가리 골목이 더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을지로는 일제강점기에는 황금정(黃金町)이라 불렸습니다. 황금정은 당시 경성의 상업 중심지였습니다, 금융기관이 있었고 각종 상회가 밀집해 있었습니다. 1970년대 고도성장이 시작되며 종로 일대의 주택이나 사무실 정비를 위해 필요한 타일과 도기, 공구, 조명 가게가 을지로에 많이 차려졌습니다.

또한 일제강점기 부터 영화관이 충무로 등 일대에 몰려있어 영화 홍보 전단 업체가 있었고, 한지 가게들도 모여있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을지로 인쇄 골목이 만들어집니다.. 을지로 3·4가는1970년대와 198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을지로 거리

 

각종 건축 자재와 인쇄 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고된 작업을 하고 나면 하루치의 노고를 씻기 위해 술집에 들렀습니다.이때 파와 고춧가루, 그리고 잘게 찢은 북어포를 넣은 양념에 골뱅이를 버무려 낸 매콤한 골뱅이무침은 최고의 안줏거리였습니다.

소주, 맥주와의 환상적인 궁합을 내는 맛이 을지로 전역으로 퍼지고, 다시 서울 전역으로 퍼지자 국내 통조림 업체에서 국내·외로 골뱅이를 구해다가 을지로에 유통하기 시작합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을지로의 고층 건물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무직 직장인들까지 회식대열에 가세해 수많은 골뱅이 전문점이 생겨나 골뱅이 거리가 형성됩니다.

 

소풍골뱅이

 

을지로 골뱅이는 일반적인 골뱅이무침과는 사뭇 다릅니다. 을지로 골뱅이에는 얇게 썰어낸 파채에 고춧가루, 다진 마늘만 들어가는 투박한 스타일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골뱅이와 양념한 파채를 따로 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생맥주집의 골뱅이무침에 식초·설탕 또는 고추장이 들어가 양념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스타일입니다. 을지로 골뱅이 가게에서는 식초·설탕 등을 넣지 않아야 골뱅이 맛이 살아 그렇게 조리한다고 말합니다.

 

을지로 구멍가게 골뱅이

 

사실 이러한 조리법에는 을지로 골뱅이가 탄생하던 시대의 음주 스타일이 숨겨져 있습니다. 을지로 골뱅이는 원래 구멍가게에서(요즘에는 가맥이라 불리는) 내놓던 메뉴였습니다. 당시 가난한 노동자들이 이런 구멍가게에서 한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죠. 식탁이 없으면 계산대 위에 술과 안주를 놓고 서서 먹었습니다.

식당에서 파는 술에 비해 구멍가게의 술이 한참 싸니 이랬던 것입니다. 먹다보니 안주도 필요할 것이었는데, 구멍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골뱅이 통조림을 발견한 누군가가 그것을 안주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가게 주인이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파, 고춧가루, 마늘 등을 얹어서 팔기 시작한 것이 을지로 골뱅이의 원조입니다.

 

영락골뱅이 메뉴판

 

을지로 골뱅이 가게에 들어가서 골뱅이를 시키면 보통 이모님이 물어보십니다 "새콤달콤으로 드릴까요, 정통으로 드릴까요?" 여기서 새콤담콜음 식초와 고추장 설탕 등으로 양념장을 만들어서 주는 것을 말하고, 정통은 고춧가루와 마늘 파채로만 맛을 내는 것을 뜻합니다. 저는 항상 정통으로 먹습니다.

 

강렬한 골뱅이의 포스

 

다진마늘가 고춧가루 그리고 파채가 듬뿍 들어간 골뱅이가 나오면 열심히 섞어서, 골뱅이집의 또 다른 필수메뉴 계란말이와 함께 소주와 맥주를 들이부으면 그게 바로 피서입니다.

 

골뱅이와 계란말이

지금은 힙지로와 노가리골목에 밀려 사라지고 있지만 사실 을지로의 원조 터줏대감은 골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40대 중반 이상 사람들은 을지로하면 아직도 노가리보다는 골뱅이를 떠올립니다. 본격 여름철입니다, 을지로 골뱅이 골목으로 피서 한 번 다녀오시는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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