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량주는 수수로 만드는 중국술입니다. 백주라고도 불리는데 곡물 발효주를 다시 한 번 증류한 술을 뜻하죠. 흔히 ‘배갈(빼갈)’이라고 하는데 보통 부드럽고 깔끔하며 도수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한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중국 백주의 매출 50% 이상이 바로 연태고량주입니다. 중국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번 쯤은 중국집에서 또는 양꼬치 가게에서 먹어본 경험이 있을 정도입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백주는 기후와 재료와 숙성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집니다. 중국 정부가 공인한 향형(香形)은 농(濃)·장(醬)·청(淸) 등 12가지인데 이 중 농향형이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농향형이 가장 보편적인 고량주 형태로 일반적으로 '고량주'하면 연상되는 달큰하고 향긋한 향이 특징입니다. 이름에서도 말해주듯이 짙은 향기를 자랑하며, 영어에서도 'strong flavor'로 표기할 정도로 강렬한 향을 지닙니다.
중국 대부분의 고량주가 농향형에 속합니다. 우리나라 애주가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수이징팡(수정방 水井坊), 우량예(오량액), 쿵후자주(공부가주 孔府家酒)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장향형은 마오타이로 유명세를 얻은 향형의 주류입니다다. 마오타이의 영향으로 대중에 폭넓게 알려졌지만 실제로 맛은 농향형에 비해 보편적이지 않고, 출시되는 제품 종류도 많지 않습니다.
청향형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깨끗하고 산뜻한 맛이 특징입니다. 미향형은 쌀향이 강하고, 겸향형은 농향과 장향이 섞인 독특한 풍미가 특징이죠.
그렇다면 왜 농향형 백주는 향긋하고 달큰한 향을 머금고 있을까요? 정답은 바로 술의 숙성 방식에 있습니다.
연태고량주를 비롯한 농향형 백주는 지하의 진흙 구덩이에서 발효시켜 땅의 느낌을 물씬 품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반 항아리에서 숙성하는 것에 비해 공기의 영향이 적은 환경에서 항아리를 완전히 파묻습니다.
지하 구덩이 속에 파묻힌 항아리에서 효모와 흙 속 미생물들이 함께 증식하며 유기산과 에탄올이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에틸 계열의 짙고 향기로운 농향이 생겨납니다.
이러한 숙성방식으로 인해 연태고량주를 비롯한 농향형 백주들은 강렬한 향을 지니게 됩니다. 연태고량주를 먹고나면 다음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변기에서 연태고량주 냄새가 날만큼 강력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