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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술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 해장국, 효종갱

by 지식노트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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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공화국, 대한민국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의 민족입니다! 아직까지 뇌리에 박혀있는 '배달의 민족' 광고입니다. 스마트폰의 발달은 음식 배달 서비스를 가속화했습니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 맛집의 음식이 집으로 배달됩니다.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의 3파전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의 전면 등장 21세기 대한민국은 배달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양반들이 배달시켜먹던 해장국, 효종갱

그러나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 음식의 역사는 상상 외로 깁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음식은 조선시대 효종갱이라는 음식입니다. 효종갱(曉鐘羹)은 '새벽종이 울릴 때 먹는 국'이라는 뜻입니다. (새벽 효(曉), 쇠북 종(鐘), 국 갱(羹)).

조선시대 말 문신이자 서예가 최영년이(1856~1935)가 1925년에 저술한 해동죽지(海東竹枝)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해동죽지, 효종갱 부분

 

"광주 성내 사람들은 효종갱을 잘 끓인다. 배추속대, 콩나물, 송이, 표고, 소갈비, 해삼, 전복에 토장(된장)을 풀어 온종일 푹 곤다. 밤에  이 국 항아리를 솜이불에 싸서 서울로 보내면 새벽 종이 울릴 무렵 재상의 집에 도착한다. 그때까지 국 항아리가 따뜻하고 해장에 더없이 좋다"

효종갱은 일종의 해장국으로 배추속대 등 채소와 소갈비 등 육류 전복 등 해산물을 함께 넣은 국물에 된장을 풀어서 만든 음식입니다

 

효종갱

효종갱은 그 재료들을 듣기만해도 속풀이에 탁월한 음식이었을거라 짐작됩니다. 숙취해소에 좋은 콩나물, 섬유질이 풍부한 배추속대, 타우린이 들어간 전복과 해삼, 항암작용이 뛰어난 송이와 표고버섯 등을 사용해 국물을 내고 여기에 소갈비의 단백질과 된장의 아미노산이 결합해 해장에도 좋을 뿐더러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음식이었습니다

□ 극한직업 효종갱 배달부

해동죽지(海東竹枝)에 의하면 효종갱을 배달하려면 경기도 광주에서 서울 사대문내의 재상집까지 빠른 걸음으로 약 4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말을 타고 달린 것이 아니라 지게에 항아리를 지고 빠른 걸음으로 이른 새벽부터 온것이니 대단히 고된 노동이 아닌가 합니다.

하루종일 푹 끓인 효종갱을 자정이 막 지난 새벽에 항아리에 담아 식지 않도록 솜이불로 싼 뒤 경기도 광주에서 밤새 걸음을 재촉해 서울로 갑니다. 서울에서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새벽 종이 울릴때면 바로 사대문내에 있는 재상집 댁으로 배달이 완료됩니다

□ 백여년만에 이룬 배달평준화 시대

비싼 재료가 잔뜩 들어간 효종갱은 양반들만 맛 볼수 있던 음식이고 주문은 대개 집안 노비들이 직접 경기도 광주까지 달려가서 하거나 잔치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 하루 전에 방문하여 예약을 해놓았습니다 노비들에게 효종갱은 맛볼 수도 없는 값비싼 음식이였겠지요.

보양식으로도 좋은 음식이라 단순히 해장이 아닌 보양식으로도 효종갱을 많이 먹었다는 기록이 있득만큼 권문세가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조선시대 말기에만 해도 배달음식이라는 것은 정말 소수의 지배층만 독점할 수 있던 음식이었습니다

1980년대 한국의 경제 수준이 많이 올라오며 짜장면, 치킨 등 배달이 시작되고 2022년 현재는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20~30분만에 음식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여러 배달 어플리케이션 덕분에 배달의 평등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누구나 음식을 배달시켜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게된 시대입니다. 불과 백여년만의 변화, 정말 놀랍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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