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낙지, 복분자 등과 함께 정력에 좋은 음식 국가대표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장어입니다. 그런데 사실 장어는 정력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장어는 고단백질 식품으로 다른 생선에 비해 비타민A, 칼슘, 철분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단백질과 비타민은 원기회복에는 도움이 되지만 남성의 정력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남성의 정력과 주로 연관이 있는 영양소는 L-아르기닌인데요, 이 영양소는 남성의 정자수, 정액량, 활동량 등을 증가시키고 여성의 임신 성공률도 높여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학계 전문가들에 의하면 아르기닌은 장어보다 오히려 돼지고기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장어는 정력의 대표주자로 여겨지게 되었을까요?
아마 우리 선조들이 장어의 생김새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정력과 연관시켰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장어는 그 생김새가 굵고 길어서 남성의 성기를 연상케 하고, 힘이 굉장히 좋은 생물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 행사 중 장어잡기 대회가 있을 정도로, 장어는 그 꿈틀거림과 움직임이 역동적이고 힘이 좋아, 쉽게 잡기 어려울 정도로 스태미나가 대단합니다. 아마 우리 선조들은 장어의 용솟음치는 꿈틀거림을 보고 저것을 먹으면 정력과 보양에 도움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먹을 음식이 부족하고, 특히 고단백 음식은 일년에 한번 먹기도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한다면 고단백 식품은 먹는 것만으로 체력을 보강했을 것입니다. 보리쌀과 야채만 먹으며 일년 내내 배 곪던 시절, 고단백, 고열량 장어를 먹으면 평소보다 더 힘이 났을테고, 그날 밤 부부 금슬이 더 깊어졌다는 것이 오히려 알맞은 추론일 것 같습니다.
장어는 남성의 정력에 좋다기 보다는 남녀노소에게 좋은 고단백 보양 음식입니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장어는 맛이 달콤해 사람에게 이롭고 오랫동안 설사를 하는 사람은 이 고기로 죽을 끓여 먹으면 이내 낫는다”고 적혀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도 장어는 오장육부의 허약함을 보강하고 폐결핵을 다스리는 식재료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음식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호사가들은 장어를 지칭하는 뱀장어 만(鰻) 한자의 획을 재밌게 풀이하여 ‘먹으면 하루[日]에 4번[四] 하고도 또[又] 할 수 있는 물고기[魚]’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보양(補陽)효과를 과장하는 허풍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