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멸치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 기장 대변항, 이 작은 항구는 4월~5월이 되면 전국에서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넘쳐납니다. 특히 멸치털이는 대변항의 시그니처 풍경입니다. 힘든 멸치털이 노동을 구성진 노동가 가락에에 맞춰 털어내는 일꾼들, 몰려든 구경꾼과 멀리 떨어진 멸치를 주워 젓갈을 담그려는 할머니들, 그리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멸치를 낚아채 가는 갈매기의 모습은 장관입니다. 멸치털이는 언제 봐도 흥미진진합니다. 싱싱한 멸치 비린내, 멸치젓 곰삭는 냄새가 하루 종일 코를 찌르는 항구입니다.
멸치는 작고 힘이 없으면서 성질도 급해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기 때문에 멸치, 멸어, 멸치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살이 연해서 빨리 손상되므로 잡는 즉시 자숙 건조, 절임, 젓갈 등으로 가공해야 합니다. 잡자마자 찌고 말려서 반찬이나 국물용으로 사용합니다.
부산 등 남해 일대에서 잡히는 봄멸치는 '봄멸'이라고 불리는데, 크기가 15cm 정도로 크고 육질이 단단해 맛이 아주 좋습니다. 기장군 대변항은 국내 멸치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만큼 그 수확량이 어마어마합니다. 기장군 동해바다는 수심 200m의 대륙붕에 떼 지어 서식하는 멸치들이 살기에는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멸치는 1년 남짓 사는데, 봄에 산란을 하고 여름에 죽습니다, 겨우내 살이 통통하게 올라 산란기인 4월과 5월에 더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대변항 멸치잡이는 봄(3∼5월), 가을(9∼11월) 두 차례에 걸쳐 성황을 이루는데 봄 멸치가 인기가 좋아 매년 4월에 대변항 멸치축제가 열립니다. 산란기의 기장 봄 멸치는 독특하게 연한 맛을 지녀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을 정도의 명물입니다.
대변항을 가면 식당마다 갓 잡아 올린 멸치들로 아름다운 동해밥상이 펼쳐집니다. 멸치 한상에는 멸치회무침, 멸치쌈밥, 멸치튀김, 멸치찌개 등 동해바닥 차려놓은 별미가 가득찹니다. 역시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멸치회무침입니다. 멸치회무침은 미나리와 양파, 상추 등 각종 채소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쳐냅니다.
기장미역에 싸서 먹어야 제맛입니다. 멸치튀김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깨끗한 기름에 튀겨냅니다. 멸치찌개 또는 멸치조림도 관광객들이 하나는 꼭 시켜보는 메뉴입니다. 생멸치를 잘 익은 김치와 함께 자작하게 끓이는 것이 비법이며 상추와 깻잎에 멸치를 싸서 크게 한입 먹으면 입안에서 살살 녹는 멸치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