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먹는 과일인 귤은 제주도에서 많이 재배됩니다. 우리나라 전체 과일 소비량의 4분의1을 차지하기도 한다는 귤은 언제부터 제주도에서 재배되었을까요?
향간에서는 박정희 前 대통령이 제주에 처음 감귤 농업을 도입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과연 FACT는 무엇일까요?
제주도에서의 감귤 재배 역사는 굉장히 깊습니다. 1451년에 편찬된 <고려사 세가>에 따르면 '고려 문종 6년(1052년)에 탐라에서 약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물로 바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이후 감귤은 더 자주 등장합니다. 태종 때 신하를 제주로 보내 귤나무를 전라도에 옮겨 심도록 지시를 했으며, 제주도에서는 이미 진상품으로 조정에 공급되고 있었습니다.
"제주의 감자(柑子)와 유자(柚子)와 동정귤(洞庭橘)과 유감(乳柑)과 청귤(靑橘)과 (중략) 오징어 등 물건도 또한 그 시절을 따라서 진상하게 하소서." - 세종실록 11권, 세종 3년 1월 13일
전라도·경상도 이외의 지역에서 시험 재배한 기록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궁중의 꽃·과실나무 관련 사무를 맡은 상림원(上林園)은 세종 10년(1428) 12월 9일 "강화부(江華府, 현재의 강화도)에 감자(柑子)·유자(柚子)·석류(石榴)·모과(木瓜) 등의 각종 과목을 재배하도록 하소서"라고 건의하였습니다.
이미 조선시대부터 제주도에서는 감귤이 재배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박정희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요? 정답은 제주 감귤 농업을 국가적으로, 대규모로, 농업정책과 행정을 융합하여 '제주 감귤산업'으로 발전시킨 사람이 박정희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196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당시 최고회의 의장은 초도순시 차 제주를 처음으로 방문하여 감귤농장 등을 방문 후 따뜻한 기후에 적합한 감귤 진흥을 통한 소득 수준 향상을 지시했습니다. 이어 몇년 뒤인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은 제주도 연두방문 시 ‘감귤지사’를 주문했고, 1966년 정부는 감귤주산지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1968년부터는 감귤 증식 사업을 농어민 소득증대 특별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그 전까지는 집 앞의 작은 텃밭에 귤나무 몇 그루를 기르거나, 농사를 짓는 제주 백성들에 의해 진상품이나 특산물 정도로만 진상되던 제주 감귤이 제주 전역에 걸쳐 대규모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심지어 당시 제주 백성들은 진상품이나 공물로 귤을 너무 많이 바쳐야하자 귤나무에 더운 물을 끼얹어 고사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비록 경제성장제일주의 박정희답게 농가소득증대의 일환으로 특별히 지시한 것이지만 50여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제주도 감귤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로 수출되는 효자 품목이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1960년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지시 이후 감귤농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사람이 바로 김종필 前 국무총리입니다. 농업에도 관심이 많던 김 전 총리는 1968년 서귀포에 땅 13만평을 구매하여 대규모로 감귤을 재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