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59

살아 있는 정신에게 — 자유인의 표상에 부쳐, 김윤식. 살아 있는 정신에게 — 자유인의 표상에 부쳐, 김윤식(서울대 인문학 교수) 대학신문, 1994년 3월 1일 (월요일) 군의 입학이 유독 축복받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조금 생각해 보기로 하자. 군의 입학이란 한갓 우연성의 일종이라 볼 수 없겠는가. 군보다 머리 좋지 않은 자, 이 세상에 혹시라도 있었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당초부터 단추 구멍 뚫는 데로 간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우연히도 군은 밥술이나 먹는 집에서 태어났고, 그 때문에 혹은 고액의 과외도 또는 재수도 할 수 있었고, 혹은 튼튼한 근육과 맑은 귀를 유지할 수 있지 않았던가. 밥 잘 먹었느냐, 잘 잤느냐, 내복 입었느냐, 공부했느냐고 묻는 보살핌 속에 군이 놓여 있지 않았을까. 심지어 기르는 강아지조차도 군의 안색을 살피는 그런 곳에서 .. 2023. 3. 2.
게임에서의 너프와 버프, 어디서 나온 말일까? 버프(Buff)와 너프(Nerf). 온라인 게임에서 많이 사용되는 이 단어들은 어디서 시작이 된 말일까요? 젊은 세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게임에는 너프와 버프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자신의 캐릭터가 사용하는 아이템, 무기 혹은 스킬이 강해질 때 버프라는 개념이 쓰이고, 약해질 때는 너프라는 단어가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캐릭터의 기본 능력치가 강해지는 패치가 시행된다면, 캐릭터가 '버프 먹었다'라고 유저들이 표현하곤 합니다. 너프는 원래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브랜드 이름입니다.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소재의 가볍고 안전한 장난감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장난감 브랜드의 사명이 왜 게임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을까요? 너프란 단어.. 2023. 2. 26.
물가 비싼 프랑스에서 바게트가 1유로인 이유 프랑스인들의 국민 빵, 바게트(Baguette)는 어원이 기다란 생김새 그대로 라틴어 지팡이(Baculum)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프랑스인들에게 바게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입니다. 프랑스인의 98%가 매일 아침 바게트를 먹고, 전국에 있는 3만2000개의 빵집마다 아침에 갓 구워낸 따뜻한 바게트를 사려는 시민들이 긴 줄을 섭니다. 프랑스 빵의 대명사로 불리는 바게트(baguette·지팡이)가 지금처럼 길쭉한 모양이 된 것은 19세기부터 입니다. 15세기까지만 해도 커다랗고 둥근 공 모양이었습니다. 제빵사를 ‘공(boule) 모양으로 반죽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불랑제(boulanger)로 부른 것도 이 때문이고 빵집을 불랑제리(boulangerie)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에서 바.. 2023. 2. 23.
스티브 잡스의 명연설(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 This is the text of the Commencement address by Steve Jobs, CEO of Apple Computer and of Pixar Animation Studios, delivered on June 12, 2005. I am honored to be with you today at your commencement from one of the finest universities in the world. I never graduated from college. Truth be told, this is the closest I've ever gotten to a college graduation. Today I want to tell you three stories fro.. 2023. 2. 9.
베이징의 인사동, 유리창(琉璃廠) 문화거리 서울에서, 대한민국에서 古서적과 골동품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 인사동을 떠올릴 것입니다. 5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구한 중국의 역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골동품과, 국보급 보물들을 낳았습니다. 중국에서 이러한 물품들을 찾으려면 베이징의 유리창 거리로 가야 합니다. 천안문 광장 남서쪽에 위치한 유리창은 서울의 인사동과 비슷한 곳으로 고서적, 골동품, 서화작품, 문방사우 상가들이 모여 있는 문화예술의 거리입니다. ‘유리창’이란 지명은 13세기 원나라 때 유리 기와를 굽던 황실 가마를 설치한 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한족들의 도자기에 큰 애착을 가졌던 몽골인들은 베이징 외곽에 도자기, 기와 공장을 세웠습니다. 원나라를 멸망시키고 탄생한 명나라 가정(嘉靖) 32년(1554년)에.. 2023. 2. 2.
올리브 오일 등급과 좋은 오일 고르는 법 올리브 오일은 올리브 열매를 압착하여 얻는 식물성 기름의 한 종류입니다. 올리브 오일은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과 불포화 지방산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도 좋으며, 요리뿐 아니라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에 이용되는 오일입니다. 올리브 오일은 올리브 나무 열매에 들어있는 기름으로 과육을 직접 압착하여 얻을 수 있습니다. 기온이 따뜻한 지중해 연안에서 주로 생산되며 성경의 구약성서에도 기재되어 있을만큼 오랜시간 인류에 의해 사랑받은 오일입니다. 올리브오일은 5등급으로 나뉘는데요, 산도가 낮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게 됩니다. 산화가 일어나게되면 올리브 오일 본연의 미를 잃고 오일내 지방산이 파괴되어 영양손실이 올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산소의 접촉을 최소화하여 산도를 최대한 낮춘 오일을 '엑스트라 버진'이라고 합.. 2023. 1. 26.
육우란 어떤 소일까? (육우와 한우의 차이) 보통 소고기를 먹으면 한우나 미국산 소고기를 많이 먹습니다. 그런데 우시장 근처의 소고기집을 가면 육우를 파는 집들이 간간이 보입니다. 육우는 무슨 고기일까요? 우리가 흔히 먹는 소고기 '한우'랑 무슨 차이일까요? 국내산 소고기를 한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국내산 소고기와 한우는 다릅니다. 육우와 한우는 품종이 다릅니다. 국내산 소고기는 육우와 한우로 나눌 수 있는데 육우(beef cattle)는 소의 종(種) 중 하나인 홀스타인종 중에서 우유를 생산하지 않는 수송아지를 육우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흔히 얼룩소라고 중, 암컷은 젖소가 되고 수컷은 육우가 되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가 소고기집에서 먹는 한우는 과거 농촌에서 일소로 사육되었던 황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얼룩소는 모두가 홀스타인.. 2023. 1. 14.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 사회 구심적 공간 vs 사회 원심적 공간 사회 구심적 혹은 원심적이란 개념은 공간 심리학에 등장하는 개념인데, 언뜻 어렵게 들려도 사실 그 의미는 간단하다. 우리가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우는 원심력, 구심력이란 개념처럼 외부로 밀어내거나 내부로 당기는 어떤 힘을 이야기하는 거고, 그 앞에 붙은 '사회'라는 수식어는 '사람끼리'라는 의미다 즉, 사회 원심적 공간이란 사람들을 떼어놓는 힘이 강한 공간을 말한다. 구체적인 예로 공항, 기차역이나 병원의 대합실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의자가 한쪽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고, 크고, 무겁고, 재질도 딱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앉아 있으면 옆 사람과 쉽게 대화하기도, 마음 편히 책을 읽기도 그리 편안하지 않다. 필요 때문에 잠시 거쳐가는 공간이지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아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데이.. 2023. 1. 11.